금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온스당 1200달러에 바짝 다가섰고 구리 알루미늄 등 금속류의 가격도 상승세다. 원유 가격은 최근 오름세가 주춤하지만 중장기 상승 추세는 살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 약세와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가 계속되고 있어 원자재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원자재 관련 투자를 할 때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달러 약세가 가격상승 배경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주 요인은 달러화 약세와 미국의 저금리 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달러를 대신할 안전자산으로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저금리로 풀려나온 달러 자금이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되면서 각종 원자재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금을 매입,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00t의 금을 사들인 데 이어 추가로 금을 매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스리랑카 중앙은행도 지난 25일 IMF로부터 금 10t을 매입했다.

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가 늘어나는 등 금융자산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는 점도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장신구나 산업소재로 쓰기 위한 수요만으로는 금 가격이 현재와 같은 급등세를 보이기 힘들다"며 "금 ETF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차익 실현을 위해 금을 사고파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리를 비롯한 금속류와 원유 등은 달러 약세 외에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변수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가격 상승의 주 요인인 달러 약세와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단시일 내에 바뀌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은 하락할 만한 요인이 생겨도 별로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며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한 금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환보유액에서 금의 비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도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을 점치게 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원자재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 김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가,장기적으로는 수요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최대 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하면 각종 투자자산에 몰렸던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고 달러 약세도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최성락 연구원은 "금 가격에 투기적 수요가 반영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해 올수록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강한 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골드뱅킹 ETF 등 투자 수단 다양

원자재 투자는 펀드 골드뱅킹 ETF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JP모간천연자원' 펀드의 지난 26일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은 97.3%에 이른다.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월드골드UH' 펀드는 지난 26일 현재 연초 대비 50.7%의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자재 관련 투자에서는 기대 수익률을 낮춰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가격 상승세가 급격하게 꺾일 가능성은 낮지만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추가적인 상승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1개월 수익률만 놓고 봤을 때는 손실을 내고 있는 원자재 펀드도 적지 않다. 수익성보다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싶다면 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이나 금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골드뱅킹은 매달 일정액의 돈을 적금처럼 계좌에 넣으면 그에 해당하는 양의 금이 통장에 적립되고 만기가 되면 적립된 금을 다시 원화로 환산해 돌려받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 적립'과 기업은행의 '윈클래스 골드뱅킹'이 대표적이다. 지난 26일을 기준으로 한 최근 1년간 수익률은 '골드리슈 금 적립'이 13.1%,'윈클래스 골드뱅킹'이 25.8%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상장한 금ETF인 '하이셰어골드 ETF'도 주목받고 있다. 상장일인 지난 5일 6500원에서 26일 6955원으로 7% 상승,국제 금 시세와 비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