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어젯밤 TV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계획 수정에 대한 입장을 진솔하고 상세하게 밝혔다. 세종시 외에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남북관계와 북핵 해법,각종 민생 현안 등에 대해서도 많은 언급이 있었지만,역시 핵심은 정국 최대의 이슈인 세종시 수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내용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고 보면,세종시 논란은 이제 중대한 분수령(分水嶺)을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9부2처2청의 이전을 골자로 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원안의 수정을 추진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도 당부했다. 무엇보다 "정치적 득실만 따지면 세종시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가는 게 편하지만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원안 그대로 추진할 수는 없다"는 입장에 대해 우리는 십분 공감한다.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데도 이 문제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충정과 역사적 책임의식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당장 강력 반발하고 나섰지만,우리는 이 대통령의 이번 국민과의 대화가 소모적이기만 한 논란과 지역정서에 기댄 끝없는 정쟁,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세종시에 대한 보다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근본적으로 세종시는 그 출발에서부터 문제가 많았고,계획 수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도분할과 정부 기능의 분산으로 인한 비효율 등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밖에 없음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계획 수정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비현실적인 원안 추진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세종시를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만들고,국토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삼을 것인지 대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세종시 개발방향에 대해서는 이미 다각적인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통일 이후의 국가 미래,충청지역 발전을 전제로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 또는 첨단녹색지식 산업도시로 성격을 바꾸고 IT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기업 유치,연구기관 이전,교육기관 및 문화시설 설립 등을 통해 자족(自足)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별로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다양한 대안 검토를 통해 내달 10일께 최종안을 제시하고,여론수렴 및 정치권 등과 협상을 거쳐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의 세종시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가능한 일정인지는 여전히 불투명(不透明)하기 짝이 없다. 벌써부터 세종시의 개발 대안들에 대해 다른 지역들이 '역차별'을 제기하면서 반발하는 양상이고 보면 이 문제의 극복도 간단한 과제가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세종시를 행정중심도시로 만드는 원안 개발방식으로는 결코 자족도시로 성공하기 어렵다. 이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해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정쟁만 거듭하는 것은 바람직한 세종시 개발 방향을 자꾸 꼬이게 만들 뿐 아니라 충청지역 발전에도 전혀 도움되는 일이 아니다. 정치권부터 더 이상의 소모적 논란을 멈추고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에 논의를 집중해 하루빨리 결론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