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뒤늦게 중저가 화장품시장에 무턱대고 뛰어들었다 연중 세일로 연명해 온 업체가 있다. 설립 1년 만에 '곧 문 닫는다'는 악성 루머까지 나왔다. 그러던 업체가 올해 매장 수 100개를 넘기고 전년 대비 300% 신장한 400억원대 매출을 바라보게 됐다.

중저가 화장품업체 '토니모리(Tony Moly)'의 이야기다. 토니모리는 대대적인 매장 · 제품 구조조정과 히트상품 발굴 등 1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브랜드 부활에 성공했다. 그덕에 전 직원과 대리점주들은 26일 사이판으로 3박4일간 포상여행을 떠났다.

◆잃어버린 1년6개월

토니모리는 화장품 용기를 만들어 에스티로더 · 랑콤 등 세계 유명 화장품에 납품하는 태성산업의 자회사다. 2006년 7월 전임 사장의 제안으로 100% 지분을 투자해 토니모리를 론칭했다. 이미 더페이스샵,미샤,스킨푸드 등 쟁쟁한 브랜드들이 포진해 있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격 할인으로 손님을 끌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오히려 독(毒)이 됐다. '연중 할인'하는 값싼 화장품으로 인식되며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부채가 100억원대로 불어나고 대리점주들의 이탈 사태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배해동 태성산업 · 토니모리 회장(51 · 사진)이 직접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배 회장은 "론칭한 지 4년째지만 2007년까지 1년반은 없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토니모리의 창립일은 2008년 2월이다. 우선 세일부터 중단하고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배 회장은 "당시 토니모리라는 브랜드는 알아도 제품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며 "철저한 시장조사와 트렌드 분석으로 히트상품 발굴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러브콜

제품 경쟁력에 주력하다 보니 고객은 저절로 몰려들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토니모리의 토마톡스,애플톡스,수면팩 등 밀리언셀러(100만개 이상 판매 제품)들이 탄생하게 됐다. 지난 7월 출시한 토마톡스는 불과 3개월 만에 15만개가 나갔다. 15초마다 1개씩 팔린 셈이다. 수면팩은 토니모리의 1700여개 품목 중 전체 매출의 11%를 차지하는 효자상품이 됐다.

잇단 히트상품 덕에 지난해 1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올해엔 세 배 불어난 400억원을 예상한다. 매장 수도 작년 50개에서 현재 120개로 늘었고 이 중 98%가 대리점으로 운영될 만큼 점주들에게도 인기다.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지에 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배 회장은 "아예 처음부터 새로 시작했다면 더 빠른 성과를 냈겠지만 실패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내년엔 국내 250호점,해외에선 중국을 중심으로 600호점까지 열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