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상당수 기업 경영자들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워싱턴DC의 게임 규칙을 익혀야 했다. 그리고 이제 바야흐로 모든 기업들이 정치적 싸움의 기술을 익혀야할 때가 오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초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한다며 위임장 발급을 쉽게 하고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진 선출을 늘리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내년에 당장 시행되는 '위임장 접근 자유화'는 이론적으로는 주주 민주주의를 높인다. 하지만 예상되는 결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경영진은 이전보다 훨씬 더 주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자신의 경영 성과와 상관없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개입해 오는 이들을 막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SEC의 새 규정에 따라 이사회를 감독하는 이들이 투자자에서 대의원으로 바뀌게 된다. 그 결과 이사회 선출을 둘러싼 치밀한 음모, 계략, 약점을 물고 늘어지기 등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었던 행위들이 기업 활동의 일상에 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들은 다음의 6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이 커졌다. 소액주주 활동가들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정보를 빠르게 모으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즉각 퍼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방어 수단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둘째 휴대용 촬영기기와 인터넷 통신의 발달로 주총장면이 여과없이 밖으로 새나갈 수 있게 됐다. 또소셜미디어 활동가들 때문에 스쳐 지나갈 사안도 처리에 수주 혹은 수개월이 걸리곤 한다. 한번의 실언이 영구적인 기업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전엔 이사회 회장만이 주총을 주재하고 나머지 이사진은 이따금 출석해왔다. 하지만 이제 고위 경영진 전원이 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분석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밖에 주총에서 제기되는 이슈는 크게 정치 · 사회적 문제와 기업 현안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발언권이 세지면서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경영진 보수 제한 요구가 실제로 친노조 성향의 이사 선임이나 녹색 경영 추진 등을 위한 협상 카드로 쓰일 가능성도 크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침묵은 악이라는 사실이다. 기업들이 자신들에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을 때 받는 타격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활동가들처럼 전략적이고 재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회사들이 제품 홍보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한다. 이제 그들은 웹사이트, 이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주주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대중 앞에서 하는 발언은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새롭게 정치화되고 있는 기업환경에서 대화에 끼지 못한 기업은 더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정리=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이 글은 화이트하우스 라이터스그룹 이사인 클라크 저지와 토렌자노그룹 CEO인 리처드 토렌자노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위임장 대결로 변화하는 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