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이 낚시에 걸려 올라오면 짝짓기를 하던 수컷이 등에 업힌 채 따라 올라온다. 입춘 전후에 제맛이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연잎이 바람에 너울대는 것 같고 모래 위에 펼쳐 놓으면 가오리연 같다. '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기록된 홍어의 모습이다.

홍어의 이름은 많다. '본초강목'엔 태양어,'자산어보'엔 분어로 돼 있고 전북에선 간재미,경북에선 가부리,전남에선 홍해나 홍에,고동무치로도 불린다. 몸길이 150㎝ 정도에 마름모 모양으로 가오리와 비슷하나 좀더 둥글고 가로로 퍼진데다 코가 길고 주둥이가 튀어나왔다.

흑산도 부근에서 겨울을 나며 알을 낳는데 이때가 가장 맛있다. 흑산도 홍어는 등과 배가 황토색이다. 등이 검거나 짙은 갈색이고 배가 흰 건 수입산이다. 암컷은 살이 졸깃하고 뼈가 부드러운 반면 수컷은 살이 푸석하고 뼈가 질기다. 자연히 암컷이 비싸게 팔리는 탓에 어물전에서 수컷의 거시기를 없애 암컷으로 만든다는 말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수컷은 꼬리 등에 1줄,암컷은 3줄의 가시가 있다.

홍어는 다른 생선과 달리 삭혀 먹는다. 보통 항아리 속에 3~4일,길면 6~7일 담아뒀다 뚜껑을 열었을 때 눈이 맵고 코가 싸해 재채기가 날 정도가 되면 꺼내 마른 수건으로 손질한 다음 회 무침 찌개 등 다양하게 요리하는데 서 · 남해안에선 잔칫상에 없으면 안되는 음식으로 여긴다.

회는 날개 부분을 주로 쓰는데 입에 넣는 순간 시큼하고 다소 역한 냄새와 함께 목은 후끈거린다. 이럴 때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 톡 쏘는 맛과 함께 독특한 향과 개운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

홍어와 막걸리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는'홍탁'(洪濁)이다. 홍어 김치 돼지고기를 마늘 쌈장 고추 새우젓과 함께 먹는 삼합의 맛 덕일까. 막걸리 붐에 홍어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는 소식이다. 막걸리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한 백화점의 지난달 홍어 매출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3.4배나 증가했는가 하면 9월의 홍어 수입이 8월보다 58%나 급증했다는 것이다.

수입산 홍어는 다들 칠레산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아르헨티나산이 가장 많고 칠레,우루과이 순이라고 한다. 칠레산이 비싸게 취급되자 아르헨티나산을 칠레에서 포장,칠레산으로 둔갑시켰다는 설도 있다. 막걸리 보완재가 어디 홍어뿐이랴.사발과 도자기병,파전과 족발도 있을 것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