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발명은 어디서 나오는가. 통상 혁신은 고독한 천재 과학자의 머릿속에서 나온다는 미신이 있다. 그러나 수많은 혁신들이 기존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재조합(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진실이다. 최근 애플의 아이팟(iPod)도 새로운 혁신처럼 보이지만,사실은 MP3 플레이어 기술과 음원판매 서비스,그리고 혁신적 디자인의 재조합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빠진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선진국의 견제와 신흥개도국의 추격으로 이러한 상황이 보다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고속으로 성장했던 주력산업과 IT산업의 성장이 지체되고,NT · BT · IT 등 단일기술 위주의 칸막이식 기술개발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 선진국들은 산업과 기술의 성장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융합기술 및 융합 신산업 창출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융합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정책의 한 축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지난 23일 개최된 융 · 복합 국제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목했던 글로벌 메가트렌드는 융합과 컨셉트의 시대로 경제 · 사회가 변화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융합 트렌드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기술과 산업발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폰 등 각종 융합제품이 히트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과 컨셉트의 시대에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단순 하이-테크 경쟁에서 벗어나,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하이-터치,하이-컨셉트 경쟁으로 승부해야 한다. 융합 신산업은 기존 제품 · 서비스의 창의적 재조합을 통해 신시장 및 프리미엄 시장창출을 가능하게 하며,NT · BT · IT 등 단위기술을 창의적으로 재조합해 기술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속한 사업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동력이다.

닌텐도는 기술개발 경쟁으로는 자본력과 마케팅력을 앞세운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고,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게임기라는 새로운 컨셉트를 설정,터치스크린 영어학습 스포츠 등을 재조합한 닌텐도 DS를 출시하여 휴대용 게임기의 1위로 재등극했다. 우리나라도 스크린골프,스팀청소기,전동칫솔,롤러블레이드 신발 등 중소 · 중견기업 중심으로 새로운 컨셉트의 융합제품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많다.

정부도 융합 신산업 창출전략이 하루빨리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우선 융합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과학기술과 인문과학까지 포괄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협업을 상시화하는 개방형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융합형 인재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제도적 여건개선도 필요하다. 급변하는 융합트렌드를 담아낼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칸막이식 R&D 지원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 환경,건강,안전 등 미래의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핵심 융합 신산업을 선정하여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 융합 신시장은 2013년 20조달러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민족은 융합을 잘할 수 있는 DNA를 타고났다. 비빔밥은 우리 음식문화간 융합의 결정체이며,찜질방은 현대인의 친목 · 건강을 위한 융합형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씨는 비빔밥 정신을 가진 한국은 멀티미디어 융합 시대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민 · 관이 협력하여 향후 수립될 융합 신산업전략이라는 그릇으로 잘 담기만 한다면,글로벌 위기 이후에 우리 경제의 무한성장을 이끄는 핵심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융합산업을 통한 가치 빅뱅이 시작됐다.

최경환 < 지식경제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