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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 맞아요?"

경북 칠곡군 가산면에 소재한 '지열(地熱)' 히트펌프시스템 전문업체인 ㈜공간코리아의 본사를 처음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잘 꾸며진 정원과 산책로로 둘러싸인 에너지사업부 건물과 생산 공장,연구동은 간판을 보지 않고 들어서면 마치 큰 별장처럼 보인다. 대형 연못과 분수대, 곳곳에 있는 조형물은 회색 일색의 일반적인 '공장'과는 비교를 거부한다. 최고의 근무환경만큼 직원복지도 동종업계나 경쟁사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일터'를 구상하고 지은 이는 이 회사 정낙규 사장이다. 정 사장의 경영철학 제1장은 '일하고 싶은 일터 만들기'다. 직원이 즐거워야 '1등 기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회사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신이 나야 능률이 오르게 마련"이라며 '신명 나는 일터'를 강조한다. 1992년 설비업종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사업이 히트펌프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면서부터다.

반도체 ·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전문 업체 ㈜네패스의 임직원들은 매일 40분씩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아침업무를 준비한다. 명상의 시간을 통해 마음을 정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매달 한 권씩의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이는 이노베이션 훈련도 실시한다. LG출신인 이 회사 이병구 회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이른바 '감성경영'과 '지식경영'의 일환이다. 이 회장은 "회사 내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건강한 기업 문화를 통해 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기본적인 속성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공간코리아와 ㈜네패스처럼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도 경영자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수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문화'보다는 밑에서 위로 솟구치는 '분수문화'가 형성돼야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전이 있는 회사' '내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자유로운 근무환경과 팀워크가 중시되는 회사'가 바로 일하고 싶은 기업의 전형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현명한 CEO들은 수시로 시간을 쪼개 회사 경영내역 등을 임직원들에게 공개한다.

삼성전자도 최근 'Work Smart'를 실천할 수 있는 근무문화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6월부터 부분적으로 실시하던 자율 출근제도를 각 사업부의 재량 하에 전 사업부로 확대했다. 점심시간을 포함,9시간으로 정해진 근무시간만 지키면 개인 사정과 시간 활용계획에 따라 출 퇴근 시간을 선택하면 된다. 또 지난달 30일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삼성 디지털 시티 선포식'을 개최했다. 수원 사업장을 대학캠퍼스와 같은 글로벌 업무 단지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내년 6월까지 1단계로 사업장 내에 보행자 중심의 아름다운 보행로,자전거 도로,체험 조경 공간,원천천 연계 산책로,다양한 체육 공간(마사토구장 겸 야구장, 풋살장) 등이 지어진다. 피자 · 베이커리 · 커피전문점 등 신세대 기호를 감안한 최고브랜드의 푸드코트 조성,어린이집 증축,통근버스 시스템 개선,스카이라운지 운영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유연한 조직문화로의 변화에 대한 우려도 많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은 변화와 더불어 수직 상승했다. 주력인 TV 시장에서 지난 3분기까지 금액 기준으로 15분기 연속 1위를 지키고 있으며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 동안 기업을 평가할 때 주로 수익성과 안정성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한솥밥경영 · 직원 끌어안기'가 매우 중요한 지표로 떠올랐다. 신바람 나는 기업문화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실적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현장으로 나가 직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또 직원의 인격과 인권을 존중해주는 것,이는 오늘날 중소기업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내부마케팅'의 중요한 원칙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