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브랜드를 달고 들어온 수입차의 국내 가격은 싸졌지만 시장점유율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차도 비싼 고배기량 모델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의 차종이 점차 많이 수입되는 추세지만 수입차 고객들은 갈수록 유럽이나 일본 차량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22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미국산 차량이 국내로 수입된 대수는 6천911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3% 감소했다.

이 기간에 미국 자동차 수입액은 작년 동기대비 41.8% 하락한 1억195만9천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차의 수입 물량은 25.3% 줄어들었는데 수입액이 41.8%까지 주저앉은 것은 값이 싼 차량이 많이 들어왔다는 뜻이다.

`미국차'라면 배기량이 3천㏄를 넘는 고가의 중대형 세단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배기량 2천cc대로 가격은 2천만∼4천만 원대에 해당하는 모델이 수입되는 비중이 상당히 늘어난 셈이다.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작은 차'를 찾는 수입차 고객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수요 변화에 맞춰 미국차의 차종도 바뀌고 있지만 점유율 측면에서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 `빅3' 업체들이 국내에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5천118대가량으로,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이 10.5%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1∼10월 점유율인 11.7%보다 1.2%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 출시된 미국 차량이 저가화(低價化)하면서도 점유율이 오르지 않는 현상은 제품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중적인 가격의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이나 일본 브랜드 차량에 비해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못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 막연히 한국 수입차 시장이 자국 차량에 대해 차별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같은 조건에서 수입되고 있는 미국차가 다른 외국차에 비해 덜 팔리는 것은 `보이지 않는 수입 장벽'의 영향보다는 품질이나 선호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가격이 싸고 크기가 작은 미국차가 점점 많이 수입되고 있다"며 "고배기량 차급에 대한 자동차세율이 높아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미국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차는 최근 연비나 품질이 좋은 모델을 국내에 시판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의 수준 높은 요구에 부응하기에는 아직 다른 브랜드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