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스토리의 힘이 국력이다
세계적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빌 게이츠는 어릴적 집 앞 도서관에서 살았다.

'위대한 게츠비''호밀밭의 파수꾼'등 소설을 읽으며 책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 독서가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게이츠는 얘기한다.

아이팟과 아이폰 등을 발명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한 안철수 KAIST 교수도 물론 독서광이었다.

이야기는 꿈과 이상, 희망을 전해준다.

그 이상 속에서 인간은 영혼을 키우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야기를 읽고 듣는 동안 행복하면 그 순간은 뇌 속에 영원히 기억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문득 이야기 속의 모습과 장면이 떠오르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꿈을 되뇌인다.

스토리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화학자인 조셉 캠벨은 "이야기의 핵심은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인간으로 살아가는 힘을 주는 '재생의 삶'을 가르쳐 주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이야기를 통한 깨달음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인 일리아드나 오딧세이를 읽으면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소설인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도 시공간을 초월해 공감하는 내용이다.

물론 문학만이 스토리는 아니다. 역사도 스토리이며 철학도 스토리이다.

인간의 삶 모든 것이 스토리이다.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들도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이며 상품을 파는 사람들도 스토리를 꾸미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모든 교육에 스토리텔링과 드라마 기법을 쓰고 있다.

특히 역사나 고전이야기는 현재와 항상 소통한다.

영어의 history는 이야기인 story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야기를 읽는 사람이 처해있는 환경과 처지에 따라 모든 이에게 새로운 의미로 부각된다.

그래서 스토리가 풍부한 나라는 그만큼 국민들이 꿈과 비전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또한 그 나라 지적자산이 풍부하다는 뜻도 된다.

이야기 속에 삶의 무게와 지적인 전통들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은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내려고 정부가 직접 나선다.

이야기를 꾸미는 데 필요한 소재들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이야기가 거의 없다. 전 세계 사람들을 공감하게 하는 스토리가 없다.

작가 양성 시스템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지만 이야기를 꾸밀 수 있을 만큼 지적자산도 모자르다.

사회가 경직화되어 있는 것도 한몫한다.

무엇보다 많이 쓰고 많이 읽는 분위기가 갖춰져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곳에서 뛰어난 스토리가 나오고 훌륭한 영웅이 나온다.

생글이들이 지금 읽는 책은 평생 자신의 자산이다. 이번 겨울엔 책의 늪에 한번 빠져보자.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