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하던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문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8월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장내 파생상품 과세를 내용으로 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정부와 업계의 반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싶더니 이번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광묵 전문위원이 이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입법화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는 소탐대실의 전형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은 "선물 옵션 등에 대한 거래세 부과가 세수 증가는 물론 과도한 투기적 거래를 억제해 위험회피라는 파생상품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초 관련 법안이 제출된 것이 세수 확보 목적이 컸던 만큼 세수 증가는 당연하다. 하지만 파생상품 과세로 거둘 수 있는 세금은 5000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거래세 부과로 인한 시장 위축은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코스피 200 선물 옵션의 경우 독립적인 거래보다는 대규모 차익거래나 헤지거래 등으로 현물시장과 밀접하게 관련된 물량이 훨씬 더 많다. 특히 코스피200 선물시장의 25%가량을 거래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국내 주식 매수 시 거의 언제나 선물 옵션으로 헤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단 몇 %의 파생 거래세도 국내 주식 매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된다. 자칫하다간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선물 옵션에 대한 거래세 부과는 ELS(주가연계증권) ELW(주식워런트증권) 등 다양한 지수형 파생상품의 동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결국 김 위원의 주장과는 달리 거래세는 위험회피라는 파생상품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키기는커녕 위축시킬 뿐 아니라 현물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얘기가 된다.

투기적 거래를 억제한다는 부분도 시장 본질을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말이다. 파생상품 시장은 기본적으로 투기 거래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헤지거래를 원하는 만큼 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거래 상대방이 필수적이다. 높은 레버리지를 갖게끔 파생상품을 설계하는 것도 바로 이런 투기적 수요를 유발해 원만한 헤지거래가 가능토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과도한 투기거래를 억제해 위험회피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거래세를 부과하는 현물시장과의 형평성 운운하는 것도 옳지 않다. 파생상품 시장은 말 그대로 현물 시장에서 '파생'된 시장이고 현물시장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최근 파생시장의 규모가 워낙 커져 현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일도 벌어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일이다. 현물시장과 마찬가지로 파생시장에서도 거래세를 매기는 것이 옳다면 대만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파생상품에 과세하지 않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정부 측에서도 모두 과세에 부정적인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파생상품 과세 법안은 폐기하는 것이 옳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