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여성의 지위·역할 변화에 맞춰 군체제 개혁해야”

반 “여성 차별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 크게 늘어날것”

여성들도 일반사병으로 복무하도록 허용하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요.

국방부가 병역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여성들이 사병으로 복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2011년부터 검토하기로 하면서 여성지원병제 도입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여성들이 장교와 부사관뿐만 아니라 일반 병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군의 문호를 개방하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 쪽에서는 "최근까지도 남성 징병제를 규정한 병역법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던 국방부가 2011년까지 여성지원병제 도입을 논의하겠다며 방향을 선회한 것은 군가산점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한국젠더법학회 쪽에서는 "남성만의 징병제를 규정한 병역법 3조1항은 성차별적 소지가 있을 뿐더러 위헌"이라며 여성의 병역 의무와 권리 수행 기회를 늘리는 여성지원병제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일각에서 '여성도 병역 의무를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적은 있지만 정부 당국이 여성 병역 이행 방안을 공식 검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지원병제 도입은 일반 병사의 복무기간 단축에다 저출산율로 인해 2020년 이후 크게 줄어들 병역자원을 보충하기 위한 것임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지원병제 운영에 따른 엄청난 예산 부담을 비롯 보직 배치의 성적 차별, 군기 문란 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지원병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여성의 지위와 역할 변화에 맞춰 군 체제도 개혁해야"

여성 지원병제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쪽에서는 여성들이 군 경험과 다양한 교육훈련을 통해 사회에서 남성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사관학교를 비롯해 전투병과 장교 및 부사관 복무를 여성에게 개방한 마당에 전투력이나 병영생활 문제로 논란을 벌일 일은 아니다"며 이제는 군을 사회 전반의 발전과 여성 지위 및 역할 변화에 어울리게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여군의 상당수는 체력검정에서 남성 못지않은 체력과 근성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은 일부 직무를 제외하고 병과도 과감하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군필 남성에 대한 가산점 제도가 도입되면 여성 사병 전역자에게도 당연히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지원병제 도입에 앞서 여성을 위한 내무반 화장실 샤워장 같은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상명하복 체제인 군 안에서 여성들에 대한 부당한 사건을 막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차별을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 엄청나게 늘어날 것"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여성지원병제가 도입되면 여성 병사가 의무복무하는 남성 병사와 직접 비교될 수밖에 없으므로 양성의 차별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모병제에 의한 직업군인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서방 국가 및 일본 등과는 달리 우리는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강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남성적 병영문화의 특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병역자원이 모자라게 되더라도 현역 징집 기준을 낮춰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며 그래도 부족하면 여성 부사관제도를 활성화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여성지원병을 위한 병영을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등 재정적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일각에서는 군가산점 부활 시도가 반발에 부딪쳐 어려워지자 여성지원병제 도입을 빌미삼아 군가산점을 부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꼬집는다.

⊙ 국가안보와 군 전력 유지를 위해 여성지원병 활용방안 강구해야

여성의 높아진 위상과 사회적 활동욕구 등에 비춰볼 때 남성에게만 언제까지 병역 의무를 지울 수는 없는 실정이다.

여성이 개인 의사에 따라 사병으로 입대하게 될 경우 유휴 여성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입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체 병력의 3%인 5560명의 여성 장교와 부사관이 야전부대 지휘관,전투기 조종사,함정 승조원으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현행 군 제도를 사회 전반의 발전과 여성 지위 및 역할 변화에 어울리게 개혁해야 하며 여성의 전투력이나 병영생활 문제 등을 이유로 논란만 벌이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남성 위주의 병역제도와 병영문화를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유급 여성지원병과 남성의무병 간 급여 격차와 보직 배치에 따른 형평성 논란 등 숱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미리 예방하고 해법을 찾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물론 군 당국도 국가 안보와 막강한 군대 유지를 위해 여성지원병제를 과연 어떻게 활용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설명

지원병제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국가와 계약에 의하여 병역에 복무하는 것으로, 자유병제라고도 한다. 직업군인제(장교나 하사관 등 장기 복무를 희망하는 자가 지원에 의해 복무하는 것)를 비롯 모병제(본인의 자유 의사와 희망에 따라 국가와의 계약으로 군별,신분별,병과별로 지원해 복무하는 것), 용병제(금전 획득을 위해 계약에 의해 급여와 복무 기간을 정하는 것) 등이 있다.

군복무 가산점제

전역 군인이 공직이나 공기업,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기업 채용시험에 응시할 경우 필기시험 과목별 만점의 3~5%를 가산해 주도록 한 것으로,1961년 도입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1999년 12월23일 군가산점 부여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가산점 비율을 2~3% 범위 내로 낮추고 가산점 합격자의 채용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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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1월 12일자 보도기사

국방부가 '여성 지원병(兵)'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국방부가 병역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여성지원병제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2011년까지 검토 작업을 끝내고 시행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로만 군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일반 사병으로도 군에 복무할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사회 일각에서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국방부가 여성 병역 이행 방안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군필자 가산점 제도 추진 논란에 이어 여성 복무 방안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자원해 입대하는 여성 병사가 남성 병사들과 함께 복무할 수 있는지,여성이 병사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한지,여성 지원병제가 병역 의무의 남녀 형평성에 맞는지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여성 지원병제가 도입된다면 여성 병사를 배치하게 될 직위(특기)는 물론 여성 병사가 생활하는 병영생활시설의 정비 소요와 정비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는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여성지원병제 도입 검토 방안을 비공개 책자인 '국방부 인사정책서'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2020년 이후 병역자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그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하는 단계로,구체적으로 어떤 안이 도출된 상태는 아니다"면서 "여성이 사병으로 복무하는 것에 여러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