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유치한 예금을 국내에 들여와 운용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속한 자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때 적용해 온 '담보 확보' 의무 조항을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이 일본 자회사인 SBJ(Shinhan Bank Japan)에 들어온 엔화 예금을 국내에서 쉽게 대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등 외화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자회사 통한 자금 조달 가능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사에 속한 은행이 같은 지주사 내 해외 자회사(지분 100%)로부터 차입을 할 때 담보를 확보하지 않아도 되도록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을 개정해 입법예고했다고 18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자회사가 주식 100%를 가진 외국 금융사로부터 신용공여를 받는 경우 적정 담보를 확보해야 하는 의무를 배제토록 했다. 그동안 국내 은행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차입할 때 차입금액의 100%가 넘는 담보를 제공해야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 자회사와 국내사 간의 연계 활동이 곤란하다는 지적에 따라 100% 소유에 한해 의무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신한은행 저리 엔화자금 들여올 듯

이 같은 규정 개정으로 혜택을 보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9월 세운 일본법인인 SBJ는 설립 2개월 만에 총수신이 2000억엔에 달한다.

당초 신한은행 현지 지점에서 받았던 예금이 1000억엔 정도였고 9월 이후 1000억엔 이상이 몰렸다.

현재 밀려 있는 메일오더(은행 방문 없이 인터넷 우편 등을 통한 예금 신청)만 1000억엔 규모에 달한다.

이는 3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1.6%,5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2.0% 등 현지 시중은행보다 0.1%포인트가량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SBJ가 연말까지는 상당한 자금을 추가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 일부를 국내로 들여와 기계 원자재 등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운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SBJ의 5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로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일본에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금리 연 2.3~2.4%보다 낮아 저리의 엔화를 빌려줄 수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외화유동성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당장은 국내에서만 SBJ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에서도 운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검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1개 은행의 해외 점포는 31개국 128개에 달한다. 이 중 현지에서 예 · 적금을 유치할 수 있는 현지 법인은 36곳이고 지점은 58곳이다. 지난해 상반기 120개보다는 8개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경우 외환 규정이 매우 까다로워 현지에서 수신한 돈을 국내로 가져오긴 어렵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일부 자금을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