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례(송파)신도시 첫 분양(내년 4월)을 앞두고 자체 개발권을 달라는 지자체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마치 '땅 싸움'을 벌일 듯한 태세다. 위례신도시에 각각의 땅이 포함된 지자체들이 요구하는 개발지분은 서울시 38%,경기도 25%,성남시 10% 등이다.

신도시 개발 총괄 관할부처인 국토부와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벙어리 냉가슴' 신세다. "토지보상비,군부대 이전비 등이 선투입될 때는 한 푼도 안 내더니,신도시 발표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숟가락을 얹겠다는 거냐"며 대놓고 따지고 싶지만,꾹꾹 참고 있다. 섣불리 지자체들의 요구를 묵살했다가 사업승인,분양승인 등을 지연시키면 신도시 사업전체에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 개발권 나눠먹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판교신도시만 해도 1년이 넘는 줄다리기 끝에 토공 · 주공(현 LH),경기도,성남시가 개발권을 나눠 가졌다. 이런 탓에 주택공급이 당초 예정보다 1년 안팎 늦어졌다. 이로써 불어난 이자비용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얹혀 수요자 피해로 돌아갔다. 현재 입주가 한창인 판교를 '2류'로 폄하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이런 '따로국밥식'개발이 빚어낸 부작용 중 하나다.

위례신도시도 벌써부터 판교의 복사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자체들은 '지역주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속내는 잿밥(개발이익)에 있다는 것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자인 LH가 그동안 위례신도시 개발에 선투입한 돈은 무려 2조원에 이른다. 지난 2년간 이자를 연 5%로만 따져도 2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개발지분을 가져갈 때 선투입된 자금과 이자를 공동 부담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고스란히 LH가 떠안아야 한다.

지난 6월 말 현재 LH의 부채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수십년간 떠안은 적자사업이 누적된 결과다. 부실경영의 소지도 적지 않겠지만 이 원인이 휠씬 더 큰 게 사실이다. 지자체들이 떠넘긴 간선도로 · 지하철 설치비용 등도 LH의 부채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이런데도 지자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개발지분 요구를 하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날지 지켜볼 일이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