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립으로 국회 예산심의가 공전(空轉)되는 일이 올해도 예외없이 반복되고 있다. 주 메뉴가 4대강사업으로 바뀌었을 뿐 민생을 외면한 여야의 나몰라라 행태는 바뀐 게 없다. 민주당은 3조5000억원대의 4대강 예산을 1조원 이내로 대폭 삭감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로 관련 예산심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예결위 및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하고 있다. 여당 역시 야당측이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한 4대강 사업 예산을 이유로 예산심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양보할 기색이 없다. 여야 원내대표가 예산 심의 일정 등을 협의하기 위해 오늘 만날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법정처리 시한 (12월2일)을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연말에 직권상정과 결사반대가 격돌하는 풍경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거둬 나랏일을 위해 쓰는 예산 심의를 당리당략에 의해 소홀히 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특히 내년 예산에는 각종 경기부양 관련 예산과 복지예산을 비롯, 집행이 늦어지면 서민과 중산층 지원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경기회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부분이 허다하다. 그런데도 여야 모두 4대강에 매달려 292조원에 달하는 나라 살림 전체 심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기획재정부 등 5개 경제부처 장관들이 국회의 내년 예산안 조속심의를 촉구(促求)하는 대 국민 호소문을 전례 없이 발표하기까지 했겠는가.

그런 점에서 여야는 이유를 불문하고 당장 예산심의에 착수해야 한다. 야당은 4대강 예산이 부풀려졌다면 어느 부분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어야 한다. 여당 역시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당내 이견부터 통일하고 야당과의 협상에서도 좀 더 몸을 낮출 필요가 있다. 정부도 4대강을 비롯 예산 관련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 자료 부실로 예산심의를 못하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