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상하이에서 열린 'HSBC 챔피언스'에 참가해 멋진 일주일을 보냈다. 본 대회에 앞서 열린 프로암대회에서는 최근 아시아인 최초로 PGA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양용은 선수와 함께 라운딩하는 기회를 가졌다. 양 선수와의 라운딩은 필자가 스스로 원했던 것.대회 당일 조금이라도 멋진 샷을 구사하기 위해 아침 일찍 연습장에 나갔는데 타이거 우즈와 스튜어트 싱크가 바로 옆에서 몸을 풀고 있는 게 아닌가. 퍼팅그린에서는 필 미켈슨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아마추어 골퍼로서 행운이 넘치는 하루였다.

드디어 티업시간.TV에서만 봤던 양용은 선수가 다가왔다. 5개월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필자는 양 선수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양 선수는 예상 밖으로 영어를 잘했고,필자의 한국어 실력을 높이 평가해줬다.

양 선수와의 라운딩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멋진 플레이였다. 그는 뛰어난 골퍼일 뿐만 아니라 멋진 사람이었다. 라운딩하면서 파트너의 플레이에 관심을 보이고,다양한 골프 팁을 가르쳐 주는 등 배려 깊은 선수였다. 라운딩 내내 양 선수의 가족이야기,PGA메이저에서의 승리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필자뿐 아니라 한국의 골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타이거 우즈와의 최종 라운드 때 기분이 어땠는지….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타이거 우즈와의 승부도 많은 라운딩 중 하나일 뿐이며,전혀 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대범함과 골프를 즐기는 생각이 그를 PGA 메이저 챔피언으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프로암 만찬에서 필자는 패드리그 해링턴 옆에 앉았다. 해링턴 역시 훌륭한 선수인데,그는 이번 투어에 참가한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양 선수를 존경하고 좋아하는지에 대해 말했다. 양 선수는 한국의 자랑이며,한국을 빛내는 훌륭한 홍보대사였다. 해링턴이 가르쳐 준 몇 가지 골프 팁이 있는데,일상생활에 적용해도 좋을 것 같아 소개한다. 첫째,샷이 나쁠 때는 미소를 짓고 공으로 걸어가라.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면 뜻밖에 잘 풀릴 수 있다. 둘째,성공을 축하해라.뭔가를 잘하게 되면 가족,친구들과 나가서 축하해라.성공에는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뇌가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일을 해내도 그저 보통으로 보이며,나중에는 성공하기 위해 애쓰지 않게 된다. 셋째,긴장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뭔가 뛰어난 일을 할 때 긴장되기 때문이며,긴장하는 것도 중요한 경기의 일부다.

마지막 팁은 양용은 선수가 알려준 것인데,한국의 모든 아마추어 골퍼들과 나누고 싶은 말이다. 골프는 게임일 뿐이다. 비록 타이거 우즈와 우승을 다투더라도 말이다. 그냥 즐겨라.

매튜 디킨 < HSBC코리아은행장 ceohsbckorea@hsb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