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생활용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화장품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더페이스샵을 인수할 경우 화장품 · 생활용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전체 1위에 등극할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현금 유동성도 풍부해 인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시 고개든 더페이스샵 매각

2003년 설립된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2351억원의 매출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3위 화장품업체다. 경쟁이 치열한 10여개 브랜드숍 화장품 중에선 단연 1위다. 2005년 10월 창업주 정운호 회장이 홍콩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에 지분 70%를 넘기고 이듬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매각설이 불거졌다.

어피니티는 2007년 더페이스샵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아 매각작업이 구체화되기도 했다. 그동안 인수를 검토했던 기업으론 칼라일,베인캐피털,퍼미라 등 외국계 사모펀드부터 LG생활건강,로레알,시세이도 등 국내외 화장품업체 및 SK케미칼,KT&G 등까지 다양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어피니티가 제시한 매각대금이 업계의 예상보다 높은 4000억원대여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매각작업이 중단됐지만 최근 경기회복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판매채널 보강 효과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M&A나 신사업을 추진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2005년 취임한 차 사장은 2007년 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해 수익구조를 개선했고,지난해 '숨'이란 발효화장품을 처음 선보였으며,올해엔 세계 1위 유업체 다논의 국내 판매권을 확보했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매출은 아모레퍼시픽의 세 배에 달하지만 화장품(오휘 · 후 · 이자녹스 · 라끄베르 등) 부문 매출은 아모레의 42% 수준(지난해 아모레 1조2695억원,LG 5348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매출 2351억원인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면 화장품 부문에서 약 8000억원의 외형을 갖게 돼 아모레와의 격차를 좁히면서 생활용품과 합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판 채널(가두점)을 대폭 보강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LG생활건강은 멀티매장인 '뷰티플렉스' 970개를 갖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이 단독 매장 '아리따움' 1040여개와 브랜드숍 화장품 '이니스프리'의 270여개를 보유한 데 비하면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급성장하는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이 후발 주자로 뛰어들고도 '업계 1위'라는 후광효과로 규모를 키워왔지만 LG생활건강은 거의 공백상태였다. 전국의 알짜배기 상권에 700여개 매장을 가진 더페이스샵을 인수한다면 적어도 가두점 경쟁에선 아모레를 압도할 수 있다는 게 LG생활건강의 계산으로 보인다.

안상미 기자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