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의 경제면을 장식하고 있는 관심사 중 하나는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활동이다.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의 커리큘럼 개발에 기업이 참여하거나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기도 한다. 초창기 산학협력활동은 단순히 기업이 연구개발 비용을 대학에 투자해 기술협력을 하는 소극적인 수준이었다면 요즘의 협력활동은 기업이 대학과 상호 협력해 공동으로 성과를 도출해 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부족한 점이 눈에 띄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산학협력'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에서는 내부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결과를 얻기 위해 무리한 일정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으며,대학에서도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프로젝트 주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단기적인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산학협력은 내실을 다지기가 어렵다.

실질적인 산학협력이 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산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수 인재를 적극 채용하는 방안이다. 산학협력에 참여한 인력들이 대학에서 기업으로 가면 산학협력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나은 방안은 인턴십 제도의 활용이다. 대학의 커리큘럼을 개선하거나 대학내에서 이뤄지는 여타 프로그램과 달리,인턴십은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는 산학협력 시도라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러므로'기업의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데 효과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이러한 인턴십 프로그램이 오래 전부터 활성화돼 있다. 인재사관학교라고 불리는 P&G의 경우도 충성도높은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으로 인턴십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싱가포르도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까지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등 기업 중심의 교육을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턴십이 활성화돼 있는 기업들은'기업의 맞춤형 인재'를 입사 즉시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습 기간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인턴십 프로그램이 올바르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학교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는 우수한 학생들이 기업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 한다. 통상 방학 기간으로 한정돼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해 교생 실습처럼 학기 중에도 기업체 실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체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인턴 사원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여겨 단순 반복적인 업무만 부여한다면 지원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실무형 인재로 양성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실습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하며,현재의 짧은 실습 기간도 소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충분히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비교적 빠르게 헤쳐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우리의 강점인 우수한 인적자원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직도 인재들을 활용하는 방법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이 있다. 기업에 입사하자마자 실무를 위한 재교육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라든가,아직까지 대학교육과 기업실무를 분리해 생각하는 것 등은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산이 아닌가 싶다. 인턴십처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산학협력 활동을 통한 실용적 인재 육성으로 더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박동건 < 고려대 교수 산업·조직심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