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가던 차가 다른 차와 부딪혔다. 교통은 마비되고 당신은 다리를 다친 듯하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운전면허 갱신 교육에서 나올 만한 질문이지만 사실은 초등학생용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최근 도입한 문제해결(problem solving) 과목에서 나온 '문제'다. 과연 산수가 필요할까, 외국어 능력이 필요할까. 초등학생들은 언젠가 겪을지 모를 이 일에 대해 고민하고 동료와 의논하고 논쟁하며 결국 나름의 해결 방안을 내놓는다. 전해 들은 얘기라 확인할 길이 없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은 "목격자를 먼저 확보한다"였다고 한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경영 결정도 결국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문제를 붙잡고 이왕이면 효과적(effective)인 방향을 정하고 효율적(efficient)인 과정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제대로 된 회사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해결이라고 하면 과거지향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문제해결이 중요하지만 실무자의 일로 여기지 최고경영자(CEO)의 과제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발만 더 들어가면 문제해결이 바로 CEO의 가장 큰 역할임을 알 수 있다. 단 그때의 '문제'는 내부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고객사의 문제요,시장의 고민거리여야 한다. 시장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곧 시장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과 같다. 상대방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그들조차도 잘 알지 못하던 가치를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시골사람들이 생필품을 싸게 구할 수 없어 도시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1960년대 초반에 등장한 월마트였다.

가치혁신 상품을 만들려면 그러니까 시장과 고객의 문제부터 찾으면 된다. 이 역시 쉽진 않지만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라'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고 도전해볼 만한 일로 낮아진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