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복권을 ‘일주일의 행복’이라고 한다. 1등 확률이 매우 낮지만 기대를 하는 기간은 행복하다는 것이다. 소액으로 그런 희망과 행복감을 충전하며 살아가는 방법도 삶의 지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지면 화근이 된다.

내게는 종종 난감한 전화가 걸려온다.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로또 당첨번호를 가르쳐달라는 것이다. 1등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만약 당첨되면 나와 당첨금을 나눠 갖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럴 때마다 그냥 웃고 만다. 당첨이 되도 상금을 나눠주는 사람도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로또 번호를 맞춘다면 큰 비극이 닥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남지역의 금은방과 피시방을 털던 20대 후반의 절도범이 붙잡혔다. 놀랍게도 그는 로또 1등 당첨자였다. 강도 상해 혐의로 수배를 받던 중 우연히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된 그는 세금을 제외하고 14억 원을 당첨금으로 받았고, 변호사를 1억 원에 선임해 벌금형으로 감형될 수 있었다.

그는 인생역전을 노렸다고 한다. 우선 평소 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생활토대를 마련해주었다. 아버지에게 개인택시를, 형에게 가게를 차려준 그는 자신의 꿈인 호프집을 차렸다. 이제 범죄의 그늘에서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로또 상금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호프집은 잘 안 돼 문을 닫았고, 상금은 유흥비와 도박판에서 모두 날리고 말았다. 결국 사기혐의로 고소된 그는 또 다시 절도 행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경찰에 붙잡힌 그는 ‘자신이 로또 1등을 했던 시절이 있었는지 꿈만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로또 대박이 로또 저주가 된 사례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미국의 한 조사결과 로또 당첨자들의 90%가 인생이 쪽박 났다고 한다. 갑자기 찾아든 행운이 재앙을 부른 케이스는 얼마든지 있다.

2002년 파워볼 로또로 세계 로또 사상 최고액인 3000억원의 당첨금을 받은 한 남자는 단 5년 만에 거지가 되고 말았다. 세금을 제외한 1000억 원 규모의 당첨금을 받았지만 각종 범죄사건에 연루, 당첨금을 모두 변호사비로 내야 했으며, 현재는 부정수표 발행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87세 로또 당첨자는 '자신은 로또로 불행에 빠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러나 자신은 고령이기 때문에 불행에 빠질 시간도 없다'면서 자신의 자제력을 굳게 믿는 것 같았다. 실제 그는 연금형태로 나눠 받으면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겠다고 당첨소감을 밝혔었다. 하지만 90세가 채 되기도 전에 거지가 되고 말았다. 2~3년 사이에 당첨금을 도박과 유흥으로 탕진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로또 당첨으로 넉넉한 경제생활을 누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 로또에 당첨된 뒤 곧바로 이혼소송에 들어간 부부도 있고, 거액의 당첨금 때문에 신분을 감춘 채 숨어 지내는 사람도 있다. 로또 당첨은 인생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이 많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큰 운은 큰 불행을 불러온다. 어쩌면 큰 운 이상의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 자신이 노력해서 버는 돈이 아니면 쉽게 들어온 돈은 반드시 재앙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인생은 무지개를 좇는 소년이라고 하지만 로또처럼 허망한 꿈도 없다. 인생을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로또의 소소한 재미만을 즐기시길 바란다. 로또에 인생을 걸기엔 여러분의 인생은 너무나 소중하다.(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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