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 달리 백화점.대형마트 매출 급신장

신종플루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8월 유통업계 대표주자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비상이 걸렸다.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신종플루의 특성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백화점.대형마트가 '기피시설'로 부각돼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자릿수 이상 매출이 증가하는 등 애초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16일 증권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롯데백화점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4.3%가 늘었다.

분야별로도 화장품과 해외명품, 아웃도어, 여성 등 전분야의 판매가 11.1∼25.1%씩 증가했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총 10명이 넘으면서 신종플루 대유행이 가시화됐다는 전망이 나왔던 9월에도 백화점 매출은 오히려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매일 1∼2명씩 사망자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달에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2%가 늘어나는 기록을 세웠다.

신세계백화점도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없었던 7월의 작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18%에 그친 반면 신종플루가 맹위를 떨쳤던 8, 9, 10월엔 각각 24.2%, 33%, 37%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도 7%(8월) → 9.5%(9월) → 11.5%(10월) 등으로 백화점 업체 3곳의 매출 모두 신종플루로 인한 악영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이마트 매출은 8월∼10월 작년 동기보다 7.1%∼12.9%, 롯데마트는 8.1%∼19.1%가 증가했다.

오히려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 홍삼 등 건강상품 등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로 매출이 늘어나는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고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선 소비심리 회복이 신종플루를 눌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기회복세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신종플루의 악영향 속에서도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는 것.
신세계 관계자는 "남녀정장, 가전 등과 같이 불황기에는 매출이 저조한 부문의 매출이 늘고 있어 소비심리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업체들이 세일기간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판촉 전략을 편 것도 매출 증가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진 연구원은 "백화점들이 가을 세일기간을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늘렸다"며 " 세일기간 쇼핑객들이 몰리면서 통상 매출이 30% 정도 늘지만 이번엔 신종플루로 세일기간 혼잡한 백화점 외출을 꺼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욕구가 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매출 감소가 있었기 때문에 매출 증감 비교만으로 신종플루로 인한 영향이 없었다고 결론 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 9월 리먼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매출 비교는 무리"라며 "신종플루 영향 여부는 크리스마스 전후 매출까지 지켜봐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