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하얼빈 송 교수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공연들을 지켜보면서 하얼빈의 친구를 떠올린다. 2001년 처음으로 하얼빈공대의 초청을 받아 한 · 중 경제협력에 관한 특강을 한 이래 어언 8년 동안 강의를 해오면서 맺은 인연이 그것이다.

1년 이상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던 인연이 해를 거듭할수록 돈독해지는 것은 이제는 하얼빈 학원의 부총장으로 있는 송 교수의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필자를 처음에는 특강 형태로 초청했지만 지난 2005년 객좌교수로 임명했고 이제는 그때 그때 현안에 대한 수시 강의 형태로 인연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매번 하얼빈을 방문할 때마다 그의 융숭한 대접을 받아 감동하곤 한다. 지난 10월에도 그는 나를 빙설제가 열린 태양도 공원과 '동북호림원'이란 호랑이 동물원으로 안내했고,중심 번화가인 중앙대가(中央大街)를 거쳐 송화강변에 이르는 야경을 벗 삼아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 주었다. 필자는 몇 년 전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전통 한식집에서 동동주를 곁들인 식사 대접을 한 게 전부여서 늘 마음에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로 실리를 중시하는 형인지라 처음엔 쉽게 친해지기 힘들었다. 그러나 하얼빈공대 졸업생들의 한국 철강업체 인턴과정 연수 문제를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실행시킨 후로는 마음의 문을 열면서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가 될 수 있었다.

이제 송 교수와는 한국 유학생의 교육문제나 중국 대학원생의 한국 내 연수문제 같은 학교 관련 문제에서부터 헤이룽장성 내 프로젝트 투자유치 같은 양국 간 협력 부문까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라오펑유(오랜 친구)로 발전했다.

최근 국내 자동차업체에 투자한 중국 자동차 회사의 기술 유출 여부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양국 간의 경제협력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국은 그들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을 토대로 내수 중심의 경기부양을 추진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약진과 더불어 한 · 중이 하나의 시장이 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서로간의 오랜 교류와 협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더 채워야 할 공간은,언제고 모든 관계의 기본은 정직과 신의를 바탕으로 상호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단기적인 안목에서 일방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진정한 라오펑유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윤수 철강협회부회장 yoonsoo.sim@ek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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