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행복합니다' 간호사 수경 역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윤종찬 감독의 '나는 행복합니다'가 1년이 훌쩍 지난 이달 26일 개봉한다.

영화에서 간호사 수경 역을 맡은 배우 이보영은 13일 오후 시사회에 이어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개봉을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빨리 관객들을 찾아뵙고 싶었다"며 "이렇게 개봉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서편제', '밀양' 등의 영화 원작자이기도 한 소설가 고(故) 이청준 선생의 단편 '조만득씨'를 원작으로 했다.

힘겨운 현실에 과대망상증에 걸린 만수(현빈)와 미치지만 않았을 뿐 삶이 고단한 것은 마찬가지인 간호사 수경은 정신병원에서 만나 서로에게 위안을 주지만 각자의 삶은 더욱 나빠져만 간다.

이보영은 "폐막작 상영 때 보면서도 가슴이 아팠는데 오늘도 마음이 무겁다"며 "영화를 찍고 나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고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소소한 일들을 다 행복으로 느끼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애인에게 버림받고 직장암 말기인 아버지를 돌보느라 빚 독촉에 시달리는 수경은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부스스한 머리를 추스를 여유도 없다.

종종 코피를 흘리고 입술은 갈라져 딱지가 앉고 눈은 퀭하다.

이보영은 "영화를 찍을 때마다 예쁘게 보이려 했던 적은 없다"며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름', '청연'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내놓은 윤종찬 감독은 "두 사람이 끝까지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현실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존재하는 것 자체로 다시 시작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역설적인 제목을 달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