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는 최근 프랑스의 명품 보석 브랜드 쇼메와 함께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석 전시회를 열었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여느 투자 설명회보다 보석 전시회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주제로 한 투자 설명회를 할 때는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이던 고객들이 보석 전시회를 열자 구름 같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고객들은 전시된 제품을 하나씩 착용해 보고 쇼메 관계자들에게 가격을 물어보는 등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가격 최고가 행진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보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사치품으로만 여겨졌던 보석이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보석에 투자를 하고 싶으니 믿을 만한 판매업자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 고객이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 주요 증권사와 은행 PB들의 전언이다.

보석이 투자자산으로 가치를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희소성 때문이다. 최고의 보석으로 평가받는 다이아몬드의 경우 주요 산지인 남아프리카 지역에도 이제 전체 매장량의 20%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최근 세계 유명 경매에서 다이아몬드 가격은 사상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는 7.3캐럿(1캐럿=0.2g)의 블루 다이아몬드가 952만달러에 낙찰돼 블루 다이아몬드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다음 달 홍콩에서 열리는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비비드 핑크'라는 이름의 5캐럿짜리 핑크 다이아몬드가 동종 다이아몬드 사상 최고가 기록(740만달러)을 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다이아몬드 시세도 상승세다. 색상은 F등급,투명도는 SI1등급인 다이아몬드의 캐럿당 가격은 현재 750만~8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00만원가량 올랐다.

거액 자산가들이 보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효과적인 절세 수단이라는 점이다. 자녀에게 부동산이나 주식을 물려줄 때는 그에 따른 증여세나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보석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도 증여나 상속이 가능하다. 물론 거래 당사자가 세무당국에 신고를 할 경우에는 세금이 부과되지만 보석을 자녀에게 물려주면서 증여나 상속 신고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부장은 "미술품도 효과적인 증여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가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매매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이에 비해 보석은 객관적인 가격 평가가 가능하고 매매도 쉽다"고 말했다.


◆공인 감정서 확인 필수

투자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보석은 다이아몬드,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 등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가급적 다이아몬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선 국내 보석시장 규모가 작아 다이아몬드 이외의 보석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 급하게 팔아야 할 경우 수요가 많지 않아 제값을 못 받고 팔 수도 있다.

투명한 빛을 띠는 다이아몬드와 달리 사파이어나 에메랄드 등 유색 보석은 염색이 돼 있는 경우도 많아 주의해야 한다. 가공 단계에서 더 좋은 색깔을 내기 위해 염색을 하는 것이다. 한 보석판매업체 대표는 "유색 보석에 염색을 했는지 여부는 전문가도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힘들다"며 "보석을 팔려고 할 때 염색을 한 사실이 감정에서 밝혀지면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를 살 때는 공인 감정기관에서 발급한 감정서를 꼭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도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는 기관이 있지만 되도록이면 미국 보석감정원(GIA)의 인증이 있는 제품을 구매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문성준 하나은행 WM팀장은 "투자자산으로서 다이아몬드의 장점 중 하나가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건데 국내 기관의 감정서는 외국에서는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 목적이라면 3캐럿 이상 되는 비교적 큰 다이아몬드를 사는 것이 좋다. 조 부장은 "비싼 물건이 더 비싸게 팔리는 게 보석시장의 특징"이라며 "골드바 5㎏의 가격은 1㎏짜리의 5배지만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1캐럿 가격의 20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럭셔리 펀드 통해 간접투자 가능

다이아몬드 1캐럿의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보석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펀드 상품을 이용해 간접 투자하는 방법은 있다. 전문가들은 보석 패션 액세서리 등 고급 소비재 업종의 기업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를 대안으로 추천한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와 함께 고급 소비재 매출이 살아나면서 관련 업종의 주가가 상승,럭셔리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주요 럭셔리 펀드는 12일 현재 연초 대비 30%대의 수익을 내고 있다. 펀드별로는 '한국투자 럭셔리 증권투자신탁 A형'의 수익률이 37.73%로 가장 높았다.

최근 1년 기준으로는 '우리 글로벌 럭셔리 증권투자신탁'의 수익률이 24.59%로 가장 높았고 최근 6개월 수익률은 '한국투자 럭셔리 증권투자신탁 A형'(24.2%),3개월 수익률은 '기은 SG 럭셔리 라이프스타일'(8.24%)이 가장 좋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