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수면유도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시적인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 사이에 "쉽게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진 까닭이다.

하지만 수면제가 부담스러워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약의 정체와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는 경우가 많다.

◇알고 보니 알레르기약 =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녹십자 등 주요 제약사들이 올들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수면유도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최근에 출시된 수면유도제의 성분은 항히스타민제의 일종인 '염산디펜히드라민'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쉽게 말해 알레르기 증상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염산디펜히드라민도 원래 콧물이나 비염,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약물로 개발됐다.

지금도 벌레물린 데 바르는 연고나 로션, 비염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초기에 개발된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은 진정작용으로 인해 심한 졸음을 유발한다는 것. 과거에는 콧물감기약을 먹고 졸음이 쏟아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같은 항히스타민제의 진정작용을 거꾸로 이용해 잠이 오게 하는 약물로 개발한 것이 수면유도제다.

수면유도제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는 염산디펜히드라민 외에도 호박산독실아민이 있다.

염산디펜히드라민은 반감기가 2~9시간으로 체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다른 항히스타민제보다 더 짧다.

약물이 몸에서 빨리 빠져나가므로 과도한 졸림 같은 부작용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순환계약품과 고용석 연구관은 "항히스타민제 성분은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에서도 일시적 불면증 완화용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받아 시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시적 용도로 써야 = 이 약은 스트레스나 환경변화 등으로 일시적인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의 증세를 완화하는 목적으로 허가됐을 뿐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은 아니다.

수면유도제는 불면증치료제가 아니므로 수면제 대용으로 오남용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2주이상 불면증이 계속되면 의사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면유도제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조절하는 수면제와는 작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이 덜하다.

구강건조, 두근거림, 시각이상 같은 일반적인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이 생길 수는 있다.

녹내장 진단을 받은 사람도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고생 가운데서도 수면유도제를 복용하는 사례를 가끔 볼 수 있는데, 이 약은 만 15세 이상에 쓰도록 허가돼 있으므로 중학생이 복용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부작용이 경미해 수면유도제를 찾는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국내 수면유도제 시장은 30억원(출고가 기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약 12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