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주신다면 열한 번째 아이도 낳고 싶어요.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해서 힘만 드는 것은 아니예요. 이 아이들이 바로 우리 부부의 최고 기쁨이고 행복이니까요. "

충북 진천군 백곡면 대문리교회 권학도 목사(58)의 부인 이재순씨(49)는 지난 봄 열 번째 아이를 낳은 뒤 이렇게 말했다. 아이는 신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며 은총이므로 생기는 대로 낳아야 한다는 게 이들 부부의 지론이자 믿음이기 때문이다. 권 목사가 산골 교회에서 노모를 모시고 7남3녀를 키우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얘기를 풀어놓은 책 《산골 십남매 이야기》(가나북스)를 출간했다.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다가 신학교 동기 부부의 소개로 맞선을 보게 됐어요. 이 때 선을 보러 나온 이재순 전도사(현재의 부인)에게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죠.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 것,농촌목회를 위해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농촌에서 살 것,산아제한이나 가족계획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므로 자녀는 하나님이 주시는대로 낳을 것 등이었지요. "

뜻밖에도 그녀는 흔쾌히 동의했고,이들 부부는 고3인 첫째 은진이로부터 지난봄에 태어난 막내 선찬이까지 10명의 아이를 낳고 길렀다. 특히 이씨는 10명의 아이 모두를 자연분만으로 낳고 모유로만 키워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넉넉하지 않은 산골교회 살림에 어떻게 열 명의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을까.

권 목사는 "돈 한 푼 없고,생활비조차 제대로 줄 수 없는 형편이지만 아이들은 자연을 벗삼아 마음껏 뛰놀며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다"며 "학원 한 번 가지 않고 과외공부 한 번 시키지 않았어도 학교성적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은 대책도 없이 아이만 낳는다고 걱정도 하고 만류도 했지만 우리 대책은 확실했지요. 아이들의 임신,출산,육아,교육의 모든 과정은 바로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실 거라는 확실한 믿음이 우리의 가장 큰 대책이었죠."

과연 아이들은 알아서 커주었다. 첫째 은진이는 웬만한 엄마보다 아이를 더 잘 돌보고,피아노 실력도 뛰어나 교회 반주까지 맡는다. 둘째 은찬이는 동생들을 위해 가족 대표 요리사로 나섰고,셋째 은정이는 작가의 꿈을 무럭무럭 키워가는 글쟁이 소녀다. 달리기 선수 정찬이,예비가수 영찬이,대문리 꽃미남 강찬이,들에 피는 백합같은 은혜,모유로 키운 건강한 아이 대상을 받은 예찬이,음악만 나오면 자동으로 몸을 흔드는 경찬이,그리고 막내 선찬이.

"자연이 아이들의 최고 놀이터지요. 또한 형과 누나들이 동생을 돌보기 때문에 생각보다 부모가 힘들지도 않습니다. 형제 간에 위계질서를 몸에 익힌 아이들은 스스로 할 일을 하고 생활규칙도 지키거든요. "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등교준비는 스스로 한다. 밥상을 차릴 땐 각자 역할 분담을 해 엄마를 돕고 설겆이도 돌아가면서 맡는다. 식탁에서 하루 두 번 드리는 가정예배는 아이들에게 산 교육의 현장이다. 특히 이들 부부의 독특한 자녀교육 십계명은 도시의 부모들도 새겨 들을만하다.

"공부는 평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일에는 하지 않는다. 유치원,학원에 보내지 않고 괴와공부는 시키지 않는다. 컴퓨터는 정해진 시간에만 사용한다. 용모를 단정히 한다.책을 많이 읽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