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우리 역사의 종양 제거하고 치유 과정 밟아야"

반 "삶의 일부내용만 골라 친일 낙인 찍어선 안돼"


일제시대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해방 전후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이 공개돼 논란을 빚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하는 '친일문제연구총서' 중 인명편인 이 사전은 일제 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인물 4389명의 주요 친일 행각과 해방 이후 행적 등을 담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세계 어디서도 역사적 과제를 시민들이 힘을 모아 실현한 적은 없었다"며 한국 근현대사 금기의 영역이 최초로 공개돼 국민들의 역사 인식에 경종을 울리고 과거를 차분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공개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특히 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 유족과 기념사업회 등은 "납득할 수 없다"며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을 낼 움직임이다.

보수단체들도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힘든 집단이 국론을 분열하려 내놓은 정파적인 모략"이라며 법적인 대응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민족문제연구소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친일'문제는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대목임은 물론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설립된 지 18년,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본격 사업에 착수한 지 8년이 지나서야 사전이 나온 데서도 쉽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지연 선생 유족 측은 사전 공개에 앞서 "이름을 빼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된 바 있다.

문제는 이처럼 논란을 빚어가면서까지 친일 문제에 '단죄'하듯 접근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친일인명사전 발간 문제를 짚어본다.

⊙ 찬성 측, "퇴행적 역사인식에 경종 울리고 성찰의 계기 마련"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가가 외면한 과제를 시민들이 나서 역사 정의 실현의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제2의 독립운동'이라 할 만큼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한다.

사전 편찬의 목적은 단순한 친일 심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과거를 고해하고 되새김으로써 '역사 교과서 수정'같은 퇴행적 역사인식에 경종을 울리고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친일 규명은 누군가를 욕보이거나 단죄하자는 게 아니다"며 해방 이후 지금까지 눈 감았던,그 불편한 금기의 영역을 파헤쳐 공개하고 진실을 밝힘으로써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친일 문제는 근대 이후 우리 역사에서 자라난 종양과도 같다며 친일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은 이번 일로 마무리될 수도 없고 마무리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 반대 측, "삶의 단편적 내용만 골라 친일 낙인 찍어선 안 돼"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인명사전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사였다고 주장하는 4389명의 명단과 함께 일방적으로 짜깁기한 친일 행적이 실려 있다"며 우리 사회 내부에서 친일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는 저의와 이 조직의 정체가 궁금하다고 지적한다.

엄혹했던 식민지 지배가 끝나고 60여년이 흐른 지금,복합적 삶의 단편적 내용만 골라 친일의 낙인을 찍는 것은 결정적 오류를 범할 수 있고 후손에게 심대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만큼 이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이고 중층적인 학술연구에 맡기는 게 정도라고 주장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해 '친일 명단'을 내놓은 뒤 마감 날짜를 정해 이의신청을 받았고,일부 인사에 대해 아량이라도 베풀 듯 명단에서 제외시켜 줬다며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 친일 논란 접고 국가 발전시킬 사회적 합의 틀 만들어나가야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친일인명사전은 이제 빛을 보게 됐다.

그러나 사전공개로 모든 일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친일인명사전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펴낸 출판물이 아니며 민간차원에서 기울여진 노력의 결과물이다.

법원의 판단처럼 아직까지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리를 넘어선 내용으로까지 공인받은 것은 아닌 셈이다.

인명사전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권위와 정통성을 가진 연구물로 남기 위해서는 학계와 민간차원의 혹독하고 철저한 검증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검증 과정에서 합리적인 문제 제기가 있다면 유연성있게 이를 수용하고 제자리를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친일이라는 어두운 과거에 발목이 잡혀 국론 분열과 갈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이제 소모적인 친일 논란에서 벗어나 나라를 온전히 간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친일인명사전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 강점기에 친일 행위를 한 한국인의 목록을 정리한 사전이다. 총론편 1권,인명편 3권,부록 3권 등 총 7권으로 구성되며 그 가운데 '친일문제연구총서' 중 인명편이 발간됐다. 편찬 사업은 2015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일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협력한 인물들의 행적과 해방 이후 주요 경력 등이 기록돼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8년간 3000여종의 문헌 자료를 수집 · 분석하고 250만명의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확인 · 심의 작업을 거쳐 최종 수록대상을 선정했다. 150여명의 각 분야 교수와 학자 등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집필위원으로 180여명,문헌자료 담당 연구자도 80여명이 투입됐다. 당초 지난해 8월 출간할 계획이었지만 유족들의 이의신청과 발행금지가처분 소송,방대한 작업 분량 등으로 발행이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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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1월 10일 보도기사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이하 규명위)'는 일제 통치 막바지인 1937~1945년 사이 친일 활동을 한 700여명의 명단을 이달 말 발표한다고 10일 밝혔다.

규명위는 일제 강점기를 1904~1919년(1기),1919~1937년(2기),1937~1945년(3기) 세 기간으로 나눠 친일 인사 명단을 뽑고 있으며,1기와 2기 명단은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이완용과 송병준, 민영휘 등 301명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되는 3기는 일제가 전쟁 동원령을 내리면서 친일 행각이 급증하던 때였던 만큼 명단에 사회 유명 인사 상당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지연 황성신문 주필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명단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들어갔는지는 발표 전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규명위는 장지연 주필에 대해선 지난 6월 당사자 유족에게 "여러 정황을 볼 때 (친일 인사 기준이 규정된) 위원회 특별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명위는 2005년 4년 한시기구로 발족했으며 이번 3기 명단 공개를 끝으로 30일 모든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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