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에 다니는 심광수씨(36)는 얼마 전 수도권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하는 입구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각 층이 대형 백화점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심씨는 "가격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는 데다 자체 성능점검 기록부까지 교부하고 있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대형 복합단지가 늘면서 거래도 투명해졌다. 종전의 주먹구구식 가격 책정 사례가 사라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중고차 거래 대형화 · 투명화

대형 중고차 복합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무관치 않다. 중고차 거래대수가 연간 180만대를 넘어서면서 SK를 비롯해 GS,현대캐피탈 등 신뢰도를 갖춘 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중견 기업들이 복합단지를 건설해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시장 변화를 촉발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이들이 건설했거나 짓고 있는 중고차 복합단지는 넓은 로비와 전시장,다양한 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게 특징이다. 건물 내에 중고차 관련 금융 및 행정,등록대행 업체들을 별도로 입점시켜 소비자들이 원스톱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가격 정찰제를 만들거나 품질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허위 매물 차단에 나서기도 한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 중고차 시장은 대형 단지 출현과 중소 딜러 침체란 유례없는 대변화를 겪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들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면서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복합단지 속속 선보여

2003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연 서울오토갤러리는 수입차를 중심으로 2500여대의 차량을 상시 전시하고 있다. 가격 정찰제와 함께 자체 공식 홈페이지를 마련했고 허위 매물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7월 경기 부천에 개장한 오토맥스도 백화점식 중고차 매매단지다. 지상 9층 규모로 3500여대를 동시에 전시할 수 있다. 매매 및 할부금융,보험,세무,차량정비까지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사와 연계해 최대 2년 · 4만㎞까지 품질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음 달에는 서울 성동구 장안동에 지상 11층 규모의 카서울닷컴이 개장한다. 대구에서는 지상 6층짜리 엠월드가 내년 하반기 문을 연다. 동화홀딩스 자회사인 동화디벨로퍼는 인천 서구 가좌동 일대에서 중고차 복합단지 엠파크를 개발하고 있다. 연면적 9만9000여㎡로 총 4000여대를 전시할 수 있다. 인천 최초의 자동차 경매장까지 단지 내에 들어설 예정이다. 차량 입출고 관리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도난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중고차 주행거리 조작 원천봉쇄

내년부터 중고차를 사고팔 때 주행거리 전산 입력이 의무화된다. 또 인터넷으로 차량을 팔 때 허위 정보를 올리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져 중고차 거래의 신뢰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및 시행규칙을 개정,내년 2월7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우선 중고차 매매 때 소비자 관심이 높은 차량 주행거리와 관련,의무적으로 전산에 입력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요구할 경우 전산정보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 주행거리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중고차를 인터넷으로 광고할 때는 차량 이력과 사업자(판매자) 정보를 함께 공시하도록 해 허위 매물을 차단하기로 했다. 차량 정보를 허위로 기재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등 온라인 거래의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국토부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차량 판매 때 불법 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되면 등록을 취소하기로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