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포럼은 자주 참석하는 게 좋다. 정보를 얻고 사람을 사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큰 행사면 세계적인 흐름을 분위기로 느낄 수 있고 그것 자체가 큰 자산이 된다. 지난주 끝난 '글로벌 인재포럼 2009'가 어느 해보다 포럼의 이런 덕목을 실감할 수 있었던 행사였기를 바란다.

이번 포럼에서는 특히 21세기 인재상이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인재개발 분야의 세계적인 구루인 데이비드 울리히 미시간대 석좌교수의 말을 빌면 "미래 인재는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고 기꺼이 나설 수 있는 의지가 있으며 일터에서 스스로 보람을 찾는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

다른 참석자들이 강조하는 덕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면 지식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인성을 갖춰야 하고, 개혁가의 면모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호기심이 많고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또 변화하고 싶어하는 의지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끝으로 남과 함께 일하는 협력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혁신이나 창의력이 중시되는 21세기형 인재의 모습이 어느정도 그려지는지. 우리의 교육제도와 기업의 인재양성 비전도 이런 줄기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입장에서 포럼이 완결형이기를 바라지만 한국의 HR담당자들에게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장기적으로 이런 인재를 길러야겠지만 당장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을 아주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뽑을 때나 기존 인력들을 재교육시킬 때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1990년대 맥킨지의 굽타 회장이 '인재 전쟁(war for talent)'이란 화두를 제기한 이후 인재는 기업은 물론 사회와 나라의 핵심 아젠다가 돼 왔다. 그런데 과연 누가 인재인가, 어떤 사람이 인재인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좌뇌적 인재를 원한다면 좋은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사람을 뽑으면 된다. 우뇌적 인재라면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뽑기도 만만치 않고 교육시키기도 어렵다. 그리고 대부분 지식 중심의 좌뇌적 인재들이 득실거리는 조직에서 혁신과 창조역량을 가진 우뇌적 인재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 조직의 경쟁력이 순식간에 올라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성장의 잠재력을 잃고 20여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인재는 성장의 엔진, 그것도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찾아내고 실제로 실현시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이렇게 정의했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 바로 이런 인물들이 나타나야 경기 회복기에 새 기회를 잡고 인터넷으로 활짝 열린 글로벌 시대에 다른 지역에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점에서는 '성장'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GE의 인재상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GE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할 때 필요한 인재의 덕목으로 다섯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외부지향성, 단순명쾌한 사고방식, 상상력, 협업능력이다. 지식에 해당되는 '전문성'은 맨 뒷줄에 있다.

권영설 < 한경아카데미 원장·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