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지위 이용해 일방적 지시

국내 대표적인 완성차 기업의 핵심 기술은 이를 인수한 중국 대기업에 별다른 저항없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1월 쌍용차 지분 48.9%를 5천900억원에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가 국가 예산까지 지원받은 쌍용차의 첨단기술을 가져가는데는 `최대 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지시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쌍용차는 2004년 6월부터 자동차 기술개발 용역업체인 독일 FEV사(社)와 공동으로 디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중앙통제장치'(HCU, Hybrid Control Unit)의 소스코드 등을 개발했다.

HCU는 차의 제어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적합하게 만들고 모터ㆍ변속ㆍ엔진ㆍ배터리 제어를 개선해 연비나 성능을 최적화하는 핵심 기술로 2004년부터 4년간 개발비의 50%가량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사기업인 쌍용차의 소유물이기 이전에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었던 셈이다.

상하이차도 FEV와 손잡고 하이브리드차를 개발을 시도했지만 순탄치 않자 쌍용차와의 공동 연구 성과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FEV는 `비밀유지약정 때문에 쌍용차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거부했다.

이에 상하이차 연구소는 쌍용차 종합기술연구소 부소장으로 파견됐던 J씨에게 `기술 보고서를 상하이차에 제공하는데 동의한다는 이메일을 FEV에 보내라'고 지시했고 J씨는 쌍용차 연구소장 이모 상무에게 이를 그대로 요구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대주주라는 점을 의식한 이 상무는 직원을 시켜 2006년 7월 회사의 공식 답변을 가장해 FEV 담당자에게 동의 메일을 보냈고 이후 FEV는 해당 정보를 상하이차에 제공했다.

이 상무 등은 자신들이 입수 가능한 정보는 상하이차 관계자에게 직접 보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술을 외부로 유출하려면 기술이전과 관련해 이사회의 결의와 연구비 일부를 댄 정부의 소관 기관에 보고해야 했지만 이런 절차는 대주주의 지시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무시됐다.

이들 연구원은 `월급쟁이'로서 상부의 일방적 지시를 그대로 따랐을 뿐 다른 반대급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금품 제공 같은 직접적인 사익(私益)을 챙기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7년 6월에는 `카이런(Kyron)'의 디젤 엔진과 변속기 기술 관련 자료를 수집해 상하이차 연구원과 상하이차의 용역을 수행 중인 페이스(PAICE)사 담당자 등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검찰은 이들이 쌍용차의 기술을 유출한 것 외에 경쟁사인 현대자동차의 기술 정보 역시 빼내 자사의 자동차 개발에 이용했던 사실도 밝혀냈다.

종합기술연구소 중간 간부 등은 2005년에 엔진냉각시스템이나 HCUㆍ변속기 관련 자료, 회로도 등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 정보를 입수했고 이를 이메일이나 이동식 저장장치로 공유한 뒤 연구 개발에 이용했다.

검찰은 연구원 등이 평소에 친분을 쌓아온 현대차 협력사 직원 등을 통해 정보를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구체적인 출처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아 유출자를 규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