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구지만 직장인들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주제다. 직장인들은 '변화'라는 말을 들으면 그 규모와 상관없이 인원감축,구조혁신,전면적인 인사이동 등을 통한 파괴와 교체를 연상한다. 만약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조직은 파괴되었다면 과연 이를 성공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컬럼비아대학의 에이브럼슨 교수는 맹목적인 변화의 폐해를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창조적 재조합'을 제시했다. 지나친 변화는 과도한 업무제안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즉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무리한 변화는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조직이 변화를 기피하는 것도 문제지만 변화에 중독되는 것은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잦은 변화에 따른 직원들의 불안감이나 냉소주의 혹은 무기력증은 변화의 물결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

저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제안한 '창조적 재조합'의 핵심은 조직 내부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는 일이다. 기존 직원을 무시하거나 문화,구조,프로세스 등을 무조건 부정하지 말고 적절히 재사용하거나 재조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원 감축이 아닌 재배치에서 성공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 폭스바겐은 나이 든 퇴직 대상 직원들을 신참들의 교육자와 조언자로 활용했다. 퇴직을 앞둔 직원들이지만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재활용하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인텔은 직원들을 사내의 다른 부서로 재배치하기 위해 직원 추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다.

마찬가지로 우수한 프로세스를 재생하는 방법도 있다. 소니는 반품 때문에 늘어난 재고비용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반품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대신 자회사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던 프로세스를 복제해 재사용했다. 파괴는 변화를 위한 유일한 선택도,최선의 선택도 아니다. 오히려 변화 과잉 시대에는 재조합을 통해 안정과 변화의 균형을 맞추면서 변화의 페이스를 조절하는 리더의 절제가 필요하다.

이동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