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 하나면 한심한 남자,( )가 둘이면 양심적인 남자,( )가 셋이면 세심한 남자,( )가 무려 열이면 열심히 사는 남자,( )마저 없다면 무심한 남자.

그렇다면 ( )안에 들어갈 정답은 무엇일까? 정답은 애인.시중에 나도는 우스갯소리다. 불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괄호에 (애인)이라는 말 대신 (집)을 넣어보자.우리나라 상황으로 보면 그럴 듯하게 맞는다. 그만큼 집을 거주목적 외에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사실 의식주의 하나인 주거문제와 애인의 공통점(없으면 있는 사람에 대해 배아파하고,많으면 많은 대로 관리에 엄청 신경 쓰임)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어찌하랴.집값이 오른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사고,떨어진다고 하면 은행 빚 때문에 밤잠 못 자는 게 현실인 것을.조강지처 말고 애인 여러명을 뒀다가 패가망신당하는 것처럼.

"집값이 어떨 것 같아요?" 어디가서 부동산기사를 다루는 데스크라고 소개하면 듣는 질문이다. 그러면 필자는 "어느 동네인데요?"라며 되묻는다. 지역 및 주택유형(기존 · 신규분양)에 따라 집값이 다양한 양상을 보여서다.

본질적인 문제로 들어가서 집값 예측을 따져보자.올초만 해도 부동산전문가들은 지난해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로 우리나라 집값도 침체국면을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웬걸.금리인하,미분양주택 및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조치 등으로 봄부터 상승국면을 탔다. 재건축규제가 완화된 서울 강남의 일부 재건축추진 아파트 가격은 올 여름에 2006년의 최고점을 돌파했다.

이때다 싶어 부동산전문가들은 "가을 이후 실수요자가 매입대열에 합류하면 풍부한 자금유동성을 바탕으로 2003년,2006년의 집값 폭등세가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찬바람이 부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전문가들의 예측은 또다시 빗나가고 있다. 신규분양주택에 대한 청약열기와 전셋값 상승세가 일부 이어지고 있지만 재건축아파트나 기존 주택시장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첫선을 보인 서민용 중소형 보금자리주택은 집값향방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흔히 집값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정부정책,금리와 유동성,주택수급상황,실물경기와 소득,구매심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건 뭐니뭐니해도 정부 정책이다. 집값 예측에 실패한 전문가들도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게 깨달은 교훈"이라고 털어놓는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집값 상승을 용인하느냐,아니면 주거안정을 위해 집값 불안을 진정시키느냐에 따라 주택가격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집값 흐름을 바꿔놓은 것도 1,2금융권의 DTI(소득을 감안한 대출)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한 게 결정적이었다.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펴는 정책을 공급확대와 수요관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적재적소의 공급확대와 적절한 수요관리를 동시에 구사해야 먹힌다는 걸 다시 한번 경험한 셈이다.

결국 집값 예측(P)은 부동산시장(X)과,이를 보고 개입하는 정부정책(Y)의 정반합(正反合)적인 방정식에 결정되는 셈이다. 혹자는 언론에서 선도한다고 얘기하나 언론은 시장과 정책의 변화를 감지,전달하는 미디어일 뿐이다.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