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랜드에 '인간동력 다이어트 노래방'이 개설돼 인기라고 한다. 노래방 반주기 제조업체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자전거 페달을 밟아 반주기와 조명을 돌릴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노래 부르는 이와 자전거 타는 이가 짝을 이뤄야 작동하기 때문에 연인이나 가족 단위 체험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노래와 운동,인간 동력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녹색 체험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미술전시 솔루션 업체가 '하이퍼 아트 갤러리 창(窓)'이란 새 시스템을 개발해 '디지털 빛의 세계,모던아트 갤러리전'을 열어 관람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이퍼 아트 갤러리 창은 아날로그 미술작품을 고해상도의 LCD를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미술 감상용 시스템이다.

인간 동력 다이어트 노래방과 디지털 갤러리는 기술 융합이 창출한 신산업의 대표적인 예다. 융합 신산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새로운 시장의 지평을 열어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21세기형 산업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이 분야의 시장 선점을 겨냥한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미국의 융합기술전략(NBIC),유럽의 유비쿼터스 융합기술 개발 프로그램(i2010),일본의 신산업창조전략 및 FOCUS 21 등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계획을 수립,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고도화할 수 있는 지속적인 성장동력 충전이 절실하다. 지난해 '국가 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 · 발표한 것도 부처별로 추진돼 온 관련 정책을 범부처 차원으로 결집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재 선진국 대비 50~80% 에 머물고 있는 융합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아이디어에서 사업화까지를 전담할 일괄 지원체제 구축이 당장의 과제다. 일본은 2005년 중소기업 신사업활동 촉진법을 제정한 뒤 정부가 적극적으로 업종 간 교류 및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 2007년까지 400여건의 신기술을 개발했고 약 97억엔(약 1250억원)의 관련 신규 매출을 올렸다. 우리도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해 체계적으로 중소기업 간 지식 및 기술융합 활성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산업은 기술의 다양한 융합을 통해 카오스적 변환의 시대를 열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앞서 들었던 두 가지 예에서처럼 기존 중 · 저 기술군의 융합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만큼 높은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실용화로 연결,빠르게 육성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구르기 시작한 눈덩이가 스스로 커질 수 있도록 탄력을 더하고 저항을 최소화할 스노볼 모형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