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사외이사가 전문성이 떨어지고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은행 사외이사 임기를 5~6년으로 제한하고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회사경영연구실장은 3일 서울 중구 YWCA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사외이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은행 사외이사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개선안에선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의장을 호선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은행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2분의 1 이상'에서 '2분의 1 초과(과반수)'로 상향조정하고 지분율이 0.5% 이상인 소수 주주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 후보에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다. 객관성과 독립성을 갖춘 비영리단체가 사외이사 인력 풀(pool)을 만드는 방안도 제시됐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선 사외이사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질타와 대안이 제시됐다. 남상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사외이사가 스스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세경 건국대 경영대 교수는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는 한편 사외이사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직 수행에 대해 김두경 은행연합회 상무는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의 분리 혹은 통합은 어떤게 좋은지 알수 없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개선안의 실행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발표자인 이 실장은 베스트 프랙티스(자율규범)로 하되 이를 금융감독상 경영실태평가(CAMELS)의 주요 항목으로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김 상무 등은 이에대해 "자율규범은 실질적으로 강제 규정이 될 소지가 있는 만큼 과연 당국의 평가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한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의 임기와 관련해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개선안에선 경영진과의 유착을 막기위해 임기를 5~6년으로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는 "임기가 과연 사외이사 활동에 영향을 받을 것인지 의문이 있다"며 "임기를 더 늘려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유능한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잠재후보군을 담은 인력풀을 활용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인재풀이 국내외 인재를 다 담을수 없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인식/이태훈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