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어떤 사업으로 먹고 살까?" 기업 수뇌부들은 매일 머리를 맞대고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지만 좋은 아이템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네트워킹 및 솔루션 장비 전문업체인 미국의 시스코(Cisco)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대중의 지혜를 빌려 수백만 달러짜리 신성장 동력사업을 만들어낸 것.

시스코는 2007년부터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매년 아이-프라이즈(I-prize)라는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7년 첫해에만 104개국 2500명이 참가해 약 1200개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가운데 스마트 그리드 관련 사업 아이디어가 우승을 차지했다. 시스코는 이 아이디어를 신사업으로 선정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시스코는 난관을 뚫어냈다.

우선 수천명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문제를 풀었다. 시스코가 택한 방식은 온라인 공간을 마련해 누구나 아이디어에 대한 코멘트를 달고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모두 실명제로 진행했다. 향후 아이디어에 대한 지식재산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스코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아이디어를 올릴 때 정말 자신의 의견이 맞는지 묻는 서약 절차를 마련했다. 무단 도용으로 인한 잡음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 중 알짜배기를 골라내는 작업이었다. 시스코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했다. 회사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한 아이디어인지,충분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지,시의 적절한지,시스코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지,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등 다섯 가지 기준을 철저히 적용해 아이디어를 선별했다.

이렇게 해서 40여개의 아이디어를 일단 추려냈다. 다음 이 아이디어들이 잘 가다듬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약점은 커버하고 강점은 살릴 수 있도록 각 팀에 멘토를 붙였다. 또 아이디어가 사업적 가치가 있는지시스코 내부 평가방법을 공유했다. 이 과정을 통과한 10여 개의 아이디어 중 시스코 임원 및 실리콘밸리 외부 인사의 평가에 따라 최종 우승자를 결정했다.

시스코는 올해도 아이-프라이즈를 개최했다. 시스코 혼자만 고민했다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원석과도 같은 대중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다듬어지는 산실이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이를 통해 시장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고객의 욕구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효과도 얻었다.

신성장 동력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대중의 지혜를 가져다 쓰는 방법을 생각해 볼 만하다. 이와 같은 생각의 전환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귀중한 아이디어들을 기업에 가져다 줄 것이다.

조미나 상무이사/사유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