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중소기업도 이제 돈 걱정을 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정책자금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정부는 총 5조8000억원을 국내 중소기업에 풀었다. 그러나 내년엔 이 자금을 거의 절반으로 줄인다.

중소기업청은 내년에 3조1000억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에 비해 2조7000억원이나 줄인 것이다. 이제 곧 중소기업의 목줄이 탈 것임에 틀림이 없다. 먼저 중소기업들이 긴급하게 운전자금이 필요할 때 빌려 쓰던 경영안정자금이 올해 1조5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5배나 줄었다. 소상공인자금도 1조1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삭감됐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탈출구는 있게 마련이다. 내년에도 예산을 줄이지 않는 분야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녹색 연구개발(R&D)'부문이다.

다른 중소기업 분야의 자금지원은 대폭 줄었음에도 R&D 부문의 자금지원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올해 이 R&D분야 지원액은 4900억원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5607억원을 지원한다. 따라서 내년에 성장기회를 잡으려는 중소기업이라면 이 R&D자금에 관심을 가지면 좋다.

새해에도 듬뿍 주기로 한 정책자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중기청은 첫 번째로 '중소기업형 유망녹색기술'에 집중 지원한다. '중소기업형 유망 녹색기술'은 R&D 투자규모,연구개발단계,요소기술 여부,사업화 가능성 등에 대해 평가한다.

중기청은 이번에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바이오에너지 △차세대 LED조명 △히트펌프 △그린IT △폐기물에너지화 △폐기물자원화 등 8개 분야에서 50개 전략품목을 발굴,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117개 녹색기술에 대해서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러한 정책내용을 상세히 알려면 중기청 기술정책과 이상헌 서기관(042-481-4434)에게 문의하면 된다.

중기청은 새로 수립한 50개 전략품목,117개 녹색유망기술에 대해 내년에 350억원을 지원한다. 신기술융합산업 등 신성장동력에도 274억원을 대준다. 녹색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327억원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스스로 개발한 제품을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공공구매기관이 구매를 조건으로 기술개발을 할 경우 총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자금을 받아 개발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관은 한국전력 포스코 등 40개 공공기관과 130개 대기업이다.

세 번째로 각 지역에서 대학,연구기관,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할 경우에 지원해주는 자금도 크게 늘렸다. 내년에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자금으로 총 1097억원을 투입한다.

네 번째는 창업초기기업과 글로벌 선도기업의 R&D에 맞춤형 투자를 한다. 창업보육에 100억원,글로벌선도기업에 250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이들 R&D자금은 연례적으로 3월 이전에 자금신청을 받기 때문에 올해의 지원조건을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본 뒤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들 자금을 지원받으면 일단 자기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도약을 바라는 중소기업이라면 이 '녹색 R&D자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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