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할린에 있는 항구도시인 코르사코프에서 북쪽으로 40㎞를 가면 거대한 원유처리공장이 나타난다. 유글레고르스크란 지역에 있는 이 공장은 로열더치셸이 투자해 만든 '사할린에너지'다. 이 공장은 사할린에서 나오는 원유를 1차로 처리해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 및 인근국가로 보내는 곳이다.

셸은 이 공장을 짓기 위해 여러 가지 자재와 기계 설비 등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다. 발전기는 독일의 롤스로이스에서,기계는 싱가포르에서,설비는 한국에서 싣고 왔다. 때문에 셸은 이 공장건설을 위해 각종 설비와 자재를 제대로 운송해줄 종합물류업체를 골라야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셸이 선택한 기업은 한국의 운송물류업체인 제너럴종합물류(GL · 대표 오세강)였다. 셸이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에 있는 거대종합물류업체를 제외하고 GL을 선택한 것은 이 회사야말로 '프로젝트 물류'에서 최강자였기 때문이다.

GL은 셸이 사할린에너지를 짓는 데 필요한 다양한 설비를 각국에서 사할린 코르사코프항을 통해 유글레고르스크로 옮기는 사업을 했다. 이를 통해 총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GL은 엑슨모빌이 러시아 데카스트리에 건설하는 원유터미널을 세우는 공장에 들어가는 각종 설비를 운송하는 사업도 수주 받았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이 한국의 중견 종합물류업체에 이처럼 거대한 프로젝트물류를 발주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GL의 경우 선진국의 경쟁기업들보다 먼저 프로젝트물류를 수행하기 위한 '웹기반 물류시스템'을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물류란 약 2년간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자재를 가장 적절한 시간에 계속 공급해야 하는 복합운송사업이다. 따라서 웹기반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실시간으로 수요자의 주문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극한의 어려움이 따른다.

오세강 대표는 "우리 회사는 수요자가 요구하면 세계 어디서든 어떠한 상황이든 24시간 내 처리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새벽에 수요자의 전화를 받고 회사로 달려나가는 일은 허다하다고 덧붙인다. 이런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로 아직 중견기업인 GL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프로젝트물류업체'로 부상했다.

GL의 저력은 이미 철도운송을 담당하던 때부터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이른바 '신 실크로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척한 회사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국가들의 경제력이 커지자 중국을 통과하는 TCR(Trans China Railway)를 발굴해냈다. 지금도 중앙아시아의 젖줄인 TCR는 인천에서 중국 리안윤항을 통해 신장자치주를 거쳐 알마티와 타슈켄트로 연결된다. 이어 GL이 개척한 수출물품운송 루트는 TSR다. 러시아를 통과하는 이 노선은 블라디보스토크 아래에 있는 보스토치니항에서 출발해 핀란드의 코트카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한국에서 생산돼 북유럽과 동유럽으로 가는 대부분의 전자 및 반도체 제품이 이 노선을 통해 수출됐다. 유화제품과 승용차도 마찬가지다.

GL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체들이 도산하는 등 해운업계가 몸살을 앓자 이를 기회로 삼아 벌크(Bulk)해운사업에 참여했다. 벌크해운이란 컨테이너로 옮기기 어려운 철강 기계 사료 등을 운송하는 것이다. 벌크운송을 위해 GL은 자회사인 'GL머천트마린'을 설립했다. 자회사를 설립하자 일본 한국 등에서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이 늘어나 벌크해운물량이 급증했다.

GL은 이를 기회로 '동남아벌크정기노선'도 개설했다. 이 정기노선은 1주일에 2번씩 한국에서 출발해 동남아시아를 돈다. 부산 마산 방콕 포트켈랑 싱가포르 호찌민 하이퐁 부산을 선회한다.

이 벌크정기노선은 GL이 세계적인 종합물류업체로 발판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오세강 대표는 "GL은 세계적인 종합물류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창고업에도 진출했다"고 설명한다.

이미 싱가포르 기업인 NENS와 합작해 'NEMS코리아'를 설립하고 부산 광양 인천에 물류창고를 확보했다고 한다. GL은 최근 컨테이너정기선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올 들어 싱가포르 마리나익스프레스라인과 합작으로 'MELL코리아'란 자회사를 설립하고 컨테이너정기선을 개설했다. 이 노선은 현재 괌 사이판 호주 마이크로네시아 등으로 운항한다. 오 대표는 "이처럼 정기노선을 대거 확보한 덕분에 프로젝트물류를 더욱 많이 주문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GL은 이미 내년도 프로젝트물류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아프리카 모잠비크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발전기 기계 등을 운송하는 프로젝트 300억원 규모를 확보해놨다. 또 파푸아뉴기니 천연가스공장을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자재를 운송해주는 사업도 수주해놓았다. 약 300억원 규모다.

이처럼 내년 사업을 충분히 확보해놨음에도 오 대표는 승용차로 출근하지 않는다. 서울 아현동집에서 광화문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그는 낮 업무약속도 항상 지하철을 이용한다. 그만큼 검소하다. 세계적인 종합물류인증기업(CILC)이 되기 이전까지는 이를 악물고 맨발로 뛰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