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식품산업은 매우 미약하다. GDP의 4%,수출비중 1% 정도에 불과하고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이 10개도 되지 않는다. 일본과 비교해도 13분의 1 규모로,인구비율을 생각하면 4배 이상 성장해야 한다. 과거 식품산업은 규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식품산업을 지원할 농림수산식품부를 만들고 식품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그 핵심전략에 국가식품산업 클러스터가 자리잡고 있다. 식품산업 클러스터란 농축산물을 가공하는 식품회사와 패키징 마케팅 등을 맡는 전문 지원기관,대학 등 연구기관,정부 측 지원기관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식품산업 집적지대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의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방문하고 성공의 지혜를 얻으려 노력했다. 특히 네덜란드의 푸드 밸리(Food Valley)는 연 매출 500억 유로(90조원)에 달하는 세계 제일의 클러스터로 네덜란드 GDP의 10%에 달하며 이는 한국 식품산업 전체규모의 2배에 가깝다. 푸드 밸리의 성공은 COE(Center of Excellence · 핵심조직) 역할을 담당하는 바헤닝헨대학과 N120식품연구소,TNO식품연구소,식품안전연구소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역량과 우수한 인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가식품산업 클러스터는 익산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추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COE역할을 담당할 우수한 농식품 과학기술역량을 가진 대학이나 연구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40여 년의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화 역사 속에서 소외돼온 식품산업이라는 점과 그나마 수도권 중심으로 성장해온 구조적인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수도권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국내 식품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식품기업을 유치하려면 상승효과를 창출할 구심력,즉 매력적인 COE가 있어야 한다.

전라북도는 2003년부터 식품발효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발효식품엑스포를 개최해 오고 있다. 특히 발효기술의 연구촉진과 국제적인 교류를 위해 '국제발효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차세대 과학자 경연대회를 통해 우수 과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달 22~24일 열린 2009 엑스포에서는 새롭게 '세계 발효마을 연대회의'를 시작해 한국 식품발효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발효마을과 협력해 미래의 발효식품시대에 글로벌 허브역할을 담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건강전문잡지 '헬스(Health Magazine)'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한국의 김치,일본의 낫토,스페인의 올리브유,그리스의 요구르트,인도의 렌즈콩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세 가지가 발효식품이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한국음식의 세계화도 발효기술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식품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면 국가식품 클러스터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국가식품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COE로서 대학과 연구기관의 역량을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COE의 핵심기술은 발효기술로 차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발효기술이 있으면 한국음식의 세계화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제는 명확하다. 발효기술을 한국식품기술의 차별화기술로 자리매김하고 글로벌 협력체제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그 연구기술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적어도 200명 이상의 글로벌 연구인력을 모아 COE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면 머지않아 세계의 식품기업들이 참여하고 세계의 발효마을들이 함께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제발효식품엑스포를 글로벌 식품허브로 키워나가는 방법을 모색할 때이다.

손욱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조직위원장/농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