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세상에서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직종은 광고다. 물건을 팔기 위해선 지금 시장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야 되고,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예측에 대해 한발 앞서 허를 찔러야 한다. 그래서 광고는 정신적으로 매우 피곤한 일이다. 언제나 앞서있어야 하고,그런 가운데에서 끊임없이 쏟아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쏟아내고 빈자리는 누가 채워주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HS애드의 지식동아리 '서브스탠스(Substance)'다. '본질'이란 뜻의 거창한 이름에서 읽을 수 있듯이 '정보와 지식이야말로 모든 것의 본질'이라는 철학과 '회사의 본질,나아가서는 업계의 본질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를 공유하는 집단이다.

서브스탠스는 광고회사의 정보권력집단화를 꿈꾸는 젊은 사원들의 야망(?)에 의해 2002년 시작됐다. 처음에는 사원 3명으로 구성된 단출한 모임이었지만,몇 년 동안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현재는 정회원 25명이 지식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준회원 자격의 사내외 인사들이 30명 정도 있어 여러 도움을 준다.

정회원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을 지닌 사람들이다. 온라인게임과 이종격투기,오페라,와인,국제정세 전문가,구슬꿰기의 달인까지 별의별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한 가지.'언제나 남들보다 한발 앞서 있기'다. 때로는 마케팅을 공부하기도 하고 미술계의 최신 흐름을 연구하기도 한다. 논어 같은 고전을 공부할 때도 있고,재테크나 심리치료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열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후크송의 제작'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유명 작곡가를 초빙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공연을 감상하거나 와인시음회,스탠딩 파티 같은 이벤트는 기본.심지어 요즘 대학생들의 트렌드를 밀착 취재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클럽파티에 난입하는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지식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의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토양이 되는 것은 친목임을 알고 있기에 함께 노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다른 직군이 모여 일하는 광고회사의 특성상 서로의 다른 업무와 능력에 대해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서브스탠스의 가치는 더 빛난다.

창립 이후 5년 동안 회원들끼리만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던 '서브스탠스'는 2007년부터 폐쇄의 껍질을 벗고 사우들과 함께하는 개방적인 조직으로 변했다. 그해 서브스탠스의 주도로 열린 '뉴미디어 컨퍼런스'는 그런 변화의 일환이었다. 행사는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론에 대한 회원들의 발표로 진행됐고,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여세를 몰아 2008년 더 큰 규모로 '하이브리드 컨퍼런스'란 행사를 열었다. 올해는 네 차례의 IMC세미나를 여는 등 점점 더 활발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서브스탠스' 활동은 취미나 여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동아리 활동이라기보다 업무의 연장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어쩌면 서브스탠스 회원들은 산에 오르거나 스포츠를 하거나 뭔가를 만드는 것보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데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조금은 특이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지식동아리가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 미래에 대한 불안이 어느 때보다도 큰 지금,서브스탠스 회원들은 어두울수록 지식이 더욱 밝은 등대가 돼 줄 것이라 믿고 오늘도 새로운 것,모르는 것을 찾아 탐험 중이다.

/정성욱 부장(HS애드 카피라이터/서브스탠스 창립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