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로운 운영시스템(OS) '윈도7'이 글로벌 시장에 동시 출시되면서 PC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SW) 업체들도 관련 시장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윈도7에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러 다양한 메뉴를 이용할 수 있는 '멀티 터치' 기능이 담겨 있어 업체들은 이와 관련한 주변기기 개발을 속속 진행 중이다.

업계 전문가는 "윈도7의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변기기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보안 회사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윈도7과 호환되는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MS,윈도7용 하드웨어 8종 발표

MS의 하드웨어 사업 부문은 윈도7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같은 회사에서 윈도7을 개발한 덕분에 새로운 OS에 최적화한 제품들을 곧바로 내놓을 수 있었다.

한국MS가 지난달 초 선보인 윈도7용 하드웨어 8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와이드 스크린 웹카메라 '라이프캠 시네마'다. 이 제품은 16 대 9 비율의 화면으로 영상을 찍어 보여준다. 초당 30프레임의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고,고감도 녹음이 가능한 '노이즈 캔슬링(잡음 제거)' 마이크를 내장하고 있다. 자동 초점 기능도 갖추고 있으며 MS의 메신저 서비스와도 원활하게 호환이 이뤄진다. 가격은 9만원대다.

MS의 '무선 모바일 마우스 4000'은 검은색으로 일관하던 기존 제품의 컬러를 탈피해 화이트 핑크 블루 그린 등 다양한 색상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기존 레이저 마우스보다 감도가 뛰어나 울퉁불퉁한 표면에서도 유연하게 작동한다. 윈도7의 각종 기능을 '원 터치'로 실행할 수 있다. 가격은 5만원대다.

키보드 제품군에서는 '무선 컴포트 데스크톱 5000' 등 2종이 새로 나왔다. 이들 제품은 윈도 라이브 서비스와 MS 오피스 프로그램 등을 한 번의 클릭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핫키'를 탑재한 게 특징이다.

◆벨킨 · 로지텍,"윈도7 특수 노린다"

주변기기 전문기업인 벨킨은 6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빠른 무선 네트워크 속도를 내는 유 · 무선 공유기 N150을 최근 출시했다. 기존 유 · 무선 공유기가 초당 54메가비트(Mbps)의 속도를 내는 것에 비해 N150은 초당 150메가비트의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벨킨이 내놓은 '스위블 USB 허브'는 노트북 사용자들에게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은 USB 연결 단자가 1~2개 정도만 장착돼 있어 여러 개의 USB를 꽂아 사용하는 사람들은 허브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벨킨의 스위블 USB 허브는 4개의 연결 포트가 있으며 상하좌우로 회전이 가능해 편리하게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가격은 2만9000원.

로지텍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한 세트인 '무선 데스크톱 MK700'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제품은 부드러운 디자인의 '키 버튼'과 쿠션 처리한 '손목 보호대' 등이 특징이다. 무선 기능도 담겨 있어 어느 곳에서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배터리 수명은 키보드가 최고 3년,마우스는 1년 정도다. 가격은 13만9000원이다.

로지텍의 무선 마우스 M705는 최대 3년간 쓸 수 있는 긴 배터리 수명이 최대 장점이다. 초고속 스크롤링 기술이 담겨 있어 한 번의 손가락 퉁김으로도 휠이 빠르게 회전해 여러 장의 긴 문서나 웹페이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휠을 깊게 누르면 '클릭 투 클릭 스크롤 모드'로 전환돼 다양한 슬라이드,사진 등을 검색할 수 있다. 가격은 10만9000원이다.


◆멀티 터치 제품도 속속 나온다

윈도7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인 멀티 터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모니터 시장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LCD 패널 업계에서는 이미 다양한 멀티 터치 스크린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델,삼보컴퓨터 등과 같은 PC 업체들은 멀티 터치 기능을 갖춘 올인원 PC 등을 내놓으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멀티 터치 전용 모니터 제품이 나오지 않았으나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내년 초께 관련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HP가 데스크톱용 멀티 터치 모니터를 선보이도 했다. 모델명이 '컴팩 L2105tm'인 이 제품은 광학식 멀티 터치 패널을 사용,두 손을 이용해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프로세서 업체들도 관련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인텔이 지난 9월부터 '윈도7'에 최적화한 프로세서를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서자 AMD는 최근 윈도7용 '애슬론2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AMD 측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지원하는 프로세서"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발빠른 대응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윈도7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오피스 소프트웨어(SW) '씽크프리 테가루 오피스'의 윈도7 버전을 일본에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한글 제품과 오피스 제품들의 경우 이미 윈도7에 맞춰 최적화했다"며 "윈도7이 PC 교체 수요로 이어지면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보안 업계도 윈도7 출시에 맞춰 제품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세계 1위 보안업체인 시만텍은 지난달 23일 MS와의 협력을 통해 대대적인 제품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스트소프트도 같은 날 '알툴바' '알집(압축 프로그램)' '알씨(사진 편집 프로그램)' 등의 제품군과 함께 백신 프로그램인 '알약' 등을 윈도7에서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고 발표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윈도7 공식 출시 전부터 호환 테스트를 마쳤다"며 "무료 백신 V3 라이트 등의 이용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