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3일 SK C&C 상장 절차를 시작,지주회사체제 완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SK는 C&C 상장을 통해 텔레콤과 네트웍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정리,지주회사 전환에 걸림돌이 됐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는 방침이다. 내년 초를 지주회사 완성시기로 잡고 있다.

SK는 지주회사체제 완성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유공(현 SK에너지)을 인수해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던 1970년대,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를 통해 정보통신사업에 진출한 1990년대에 이어 또 한차례 그룹의 '빅 점프'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7년 7월 지주회사 출범을 선언한 이후 "시장과 정책의 기대에 부응하고 보다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갖춤으로써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해왔다.

◆3일부터 상장절차 돌입

SK C&C는 오는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3~4일 기관 및 일반투자자 등을 상대로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다. 공모가격은 주당 3만원으로 정해졌다.

SK그룹은 이번 상장을 통해 SK텔레콤(1450만주)과 SK네트웍스(750만주)가 보유한 SK C&C의 지분 2250만주(SK C&C 총 주식의 45%) 가운데 1800만주(텔레콤 1050만주+네트웍스 750만주)를 매각한다.

매각 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초 1500만주만 공모할 예정이었으나,150여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예상을 웃도는 2조원대의 매수를 요청해 공모 물량을 늘렸다"고 밝혔다.

SK C&C 상장이 이뤄지면 텔레콤과 네트웍스는 보유하고 있던 C&C 지분을 시장에 내다팔 방침이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54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기업공개 과정에서 해소되지 않는 SK텔레콤 잔여 지분(450만주)은 6개월간의 보호예수기간 이후 자사주 취득이나 기관을 상대로 한 블록딜 등의 방식으로 처분키로 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SK그룹은 C&C 상장을 통해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요건에 걸림돌이 돼 온 'SK C&C→SK텔레콤 · 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은 계열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형 출자구조를 끊고,지주회사 아래 계열사들이 일직선으로 존재하는 '수직계열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SK C&C 보유지분(15%,750만주) 전량을 매각,순환출자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게 된다. 나머지 순환출자 고리인 SK텔레콤의 잔여지분 매각시점인 내년 4월에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된다.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계열사로 둘 수 없도록 한 현행 공정거래법의 요건 역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영 박차

SK는 안정된 지주회사 체제를 기반으로 새로운 '빅 점프'를 추진하기로 했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사업 강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면 불필요한 유 · 무형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는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된 SK네트웍스 · 워커힐 합병,SK건설의 지주회사 편입 등도 지주회사 체제에 맞는 내부 재편작업의 일환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2일부터 열리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전략세미나'에서도 글로벌 사업 등 SK C&C 상장 이후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오용 SK 브랜드관리부문장(부사장)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면 대외신인도가 향상돼 글로벌 경영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은 그룹의 새로운 도약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