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오랜만에 '일'을 냈다. 3분기 중 1조1500억원(글로벌 연결기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디지털미디어(TV · 백색가전),통신(휴대폰) 등 기존 '캐시카우'를 누르고 삼성전자가 3분기 중 4조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 3%에서 15.4%로 껑충 뛰었다.

한때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6900억원과 67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부품 부문,영업익 2조1700억원 합작

반도체 부문의 실적 회복은 지난해 12월 개당 0.66달러에 머물렀던 D램 값(1기가 DDR2 기준)이 지난 9월 2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가격이 상승한 데 힘 입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부활을 설명할 수는 없다. 똑같이 반도체 가격 회복 덕을 본 미국의 마이크론,대만 난야 등 경쟁업체들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상무)은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량도 적은 DDR3 D램 분야를 일찌감치 선점한 덕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났다"며 "미세공정 적기 전환,전략 거래선과의 관계 강화 등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LCD(액정표시장치) 부문도 6조7300억원의 매출에 1조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전했다. LCD 부문이 조단위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지난해 2분기(1조500억원) 이후 처음이다. LED(발광다이오드) TV와 120hz(초당 120장 화면 구현) 이상 LCD TV에 들어가는 값비싼 패널이 효자 노릇을 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지배력 높인 휴대폰과 TV

통신과 디지털미디어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1조300억원과 9400억원으로 전 분기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전 분기에 비해 높아져 4분기 이후 전망을 밝게 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602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SA(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가 지난 3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를 2억9000만대로 추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8% 수준이다.

TV 사업도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늘렸다. 3분기 평판 TV 판매량은 역대 최대인 773만대로 전 분기보다 22% 늘었다. 이 중 120만대가 비싼 가격에 팔리는 프리미엄 제품인 LED TV다. 같은 기간 세계 평판 TV 시장의 규모는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송형석/안정락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