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주택 시장에 대한 공통 관심사는 조정이 언제 끝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조정의 길이와 깊이에 따라 집을 사고파는 시기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조정이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조정이 끝난 후 시장의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언제까지 갈까

9월 초부터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격 조정이 최소한 2~3개월은 더 갈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던 매매시장 침체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주요 변수인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금리 상승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장에 불을 붙일 만한 특별한 소재가 눈에 띄지 않고 있어서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당초 연말까지로 예상했던 시장의 조정 기간이 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입지가 좋은 곳에서 싼값에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쇼크'로 기존 주택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DTI 효과도 내년 초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과거 경험으로 보면 정책 효과는 2,3개월간 지속하므로 10월에 내놓은 DTI 규제 확대는 12월까지 약발이 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침체가 계속 이어지면 11월 말쯤에 급매물이 나오고 이 급매물이 소화되는 내년 1월 말이나 2월 정도에 시장이 본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계절적 비수기가 끝나고 성수기로 접어드는 12월과 1월 사이에 시장이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현재의 시장 침체는 규제와 함께 시기적으로 비수기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당장 내년 1월에 전세가 끝나는 전세입자들이 전셋값이 크게 오를 경우 매매로 돌아설 수 있어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스권 탈출 이후 향방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는 것처럼 조정 장세가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면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값은 반년간 제자리 걸음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하락과 상승을 한번씩 경험했던 주택시장이 오랜만에 비교적 오랜시간 휴식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조정 장세 이후다.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밖에 없어 내년 초에 박스권이 깨지면 이후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항상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공존한다. 우선 시장을 움직이는 기초 요인인 수급 상황은 상승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반기 들어 신규 분양과 입주가 늘어나긴 했지만 올해 입주 물량은 지난 10년 평균(5만2739채)의 절반 정도다. 내년 신규 입주 물량 역시 4만508채로 평년보다 적다. 이런 수급 불균형은 보금자리주택 집들이가 본격 시작하는 2013년에나 해소될 전망이다.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전세시장도 상승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사철이 끝난 추석 이후로 상승세가 많이 둔화했지만 서울지역 주간 전셋값 상승률은 0.08~0.1%를 꾸준히 유지하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더해져 집값 상승을 이끌 가능성도 있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1년간의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3월부터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들이 개발 호재를 앞다퉈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며 "뉴타운 추가 지정이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도 기대해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락 요인도 만만치 않다. 2012년까지 매년 두 차례씩 대규모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함에 따라 기존 주택 매매시장의 수요는 중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이 기대보다 더딜 수 있어 올해 초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풀어놓은 유동성의 '약발'이 다하면 매매가 상승세도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GS건설경제연구소의 지규현 박사는 "올해 중반까지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했다고 하지만 정부의 정책 효과에 기댄 측면이 컸다"면서 "신규 분양 주택 양도세 경감 등의 혜택도 내년 2월로 종료될 것으로 보여 집값 조정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 박사는 "올해까지 집값 조정을 크게 받았던 미국에서 주택경기 부양책 효과 감소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집값 조정이 별로 없었던 우리나라도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승 및 하락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집값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소득 대비 집값이 크게 오른 상태여서 한쪽이 다른 쪽보다 시장에 크게 작용하더라도 완전히 압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곽창석 대표는 "박스권 이후에 집값이 오르더라도 올해 중반부터 시작된 가격 조정을 만회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대표도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재로서의 가치가 줄어들어 집값이 상승하더라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