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의 지루한 싸움이었다. 지난 7월 미디어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는 쉴 새 없이 각을 세웠다. 국회가 답을 내지 못한 채 헌법재판소에 답을 구함에 따라 헌재가 나섰다. 헌재는 29일 신문법과 방송법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달라는 야당의 주장을 기각했다.

결론이 났는데도 뒷맛은 씁쓸하다. 한 여당 초선의원은 "원하던 대로 미디어법이 통과된 셈인데 '이겼다'는 말을 못하겠다"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애초부터 미디어법 상정 과정을 놓고 헌재까지 동원해 싸울 일은 아니었다"며 "여야끼리 오랫동안 상처뿐인 소모전을 벌인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으로부터 미디어법 개정 당시 '다른 여당 의원의 대리투표를 했다'고 공격받은 바 있다. 여야 의원들은 본회의장 영상과 컴퓨터 기록을 계산하며 진실게임을 벌였다. 의원들 간 실명을 건 비방전이 이어졌다. 초 단위까지 동원한 '정밀 분석'에 일부 보좌진은 "의정활동을 저렇게 치밀하게 하면 스타 되겠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국회 사무처는 여야의 자료 요구에 끌려다니며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에 '미디어법 날치기'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9월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국회가 일을 해야 할 때마다 '미디어법'이란 한 단어가 발목을 잡았다.

최문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법 통과에 항의하며 사퇴서를 썼다. 헌재 결정으로 이들 의원 사무실은 계속 비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내년 예산안과 복수노조 문제 등 현안들을 놓고 여야간 또다른 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디어법 논란으로 대한민국 국회는 해외 유명세를 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한국 국회를 '세계 최고 난장판 국회'로 꼽으며 "한국 민주주의는 종합격투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꼬집었다. 미디어법 상정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벌어진 난투극을 빗댄 것이다. 국민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헌재가 결정을 내리자 야당은 "정치적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헌재의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 싸움도 모자라 이제는 사법부의 발목까지 잡겠다는 것인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