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총선이라 불리던 10 · 28 재보선은 경기 · 충청권에서 모두 승리한 민주당의 우세로 끝났다. 야당에 표를 더 준 중부권의 표심은 과연 무엇일까. 대선이나 총선은 전체적 추세로 민심을 읽을 수 있다. 반면 재보선은 우연히 한날로 모아진 선거구들의 결과가 종합되는 만큼 단순한 산술적 접근은 평균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재보선의 특징은 우선,야당이 몇 걸음 앞서 출발하는 프리미엄을 갖는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표층을 많이 가진 쪽이 유리한데,반대와 불만이라는 이유를 가진 야당표가 결집하기 쉽다. 둘째,전국정치의 기류보다 지역내 복잡다단하게 얽힌 정서와 인연들이 큰 영향을 미치게 돼 후보의 적합성이 관건이 된다.

민주당의 수도권 두 곳의 승리는 당 지지율에서 한나라당에 뒤지고,대통령의 지지율도 회복세가 뚜렷한 가운데 치러진 선거라서 이른바 '재보선 야당필승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특히 수도권 도시지역의 경우 여 성향 투표층의 방관적 불참을 막기가 쉽지 않은데,이는 민주당이 지난 집권기에 똑같이 겪었던 일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만 보면,민주당의 대여 투쟁일변도의 노선은 적어도 지지자들의 결집에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인 선명야당에 대한 선호정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일까? 야당의 강경노선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미래의 비전과 기대를 보여주는 대선과 달리 투표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재보선은 '반대'의 정치가 통하게 된다. 더구나 1년에 두 번씩 정례화된 재보선은 지나치게 과잉 상징성이 부여돼,여야 모두 항상 선거운동 모드로 행동하게 만든다.

야당은 대여갈등을 가능한한 극한으로 몰아가고,여당은 논란 여지가 있는 정책의 추진을 재보선 뒤로 미루는 방어를 한다. 계량화된 평가가 너무 잦으면,평가의 포로가 되듯이 재보선 실적주의에 빠지면 정치 안정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물론 지역대표성 위주의 소선거구제 하에서 승계제 도입 등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마땅한 대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보선을 둘러싸고 정권의 중간심판이니 민심의 향배니 하며 지나치게 상징성을 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재보선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후폭풍 같은 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여당에는 긴장감을 더 주고,야당에는 의회정치에 충실한 자세로 복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의 인적자원 부족이라는 고질적 결함이 다시 드러났고,박근혜 전 대표의 힘이 실리지 않는 숙제 또한 미해결로 남게 됐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재보선 전문당'이라고 냉소받던 과거를 상기해볼 만하다. 민주당이 작은 전투에 통하는 승리방식을 교정할 기회를 갖지 못하면,정작 권력은 맡길 수 없다는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야당의 견제역할이 구체적이기를 바란다. 물론 총론반대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민주사회에서는 어떤 정권이든 정파성과 동시에 국정운영자라는 보편성을 지닌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협력을 위주로 수정과 보완으로 접근해야할 정책이 많다는 뜻이다. 야당이 항상 총론 반대만 외치면,오히려 여당의 독주가 벌어질 수 있으며,국민들은 충분히 걸러진 정책을 접할 기회를 잃게 된다. 여야가 서로 '일면 투쟁,일면 단결'의 경쟁원리를 도입하면 국민에게 더 큰 이익이 보장된다. 유권자들도 야당이 마땅한 일에 여당과 협력하는 모습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말처럼 "(민주사회의) 통치자의 권력은 실은 한곳으로 집중돼 행사하기 편하도록 만들어진 국민 자신의 권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