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메이저 완성차 업체의 1차 벤더로 잇달아 선정되며 글로벌 종합부품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친환경 · 지능형 첨단 기술 개발에 주력해 체질 개선에 성공한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수출비중을 2015년까지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외 완성차에 '모비스 스펙'을 깔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전문 잡지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전 세계 부품업체들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매출 실적을 기준으로 상위 100대 기업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수만개의 부품업체 가운데 당당히 19위에 올랐다. 지난해 27위에서 단숨에 8계단 뛰어 오른 것.

수주 실적에서도 현대모비스의 도약을 발견할 수 있다. 올 들어 28일까지 해외 완성차업체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27억3700만달러.작년(4억7018만달러)보다 6배가량 급증했다. 2005년(297만달러)과 비교하면 1000배 규모로 성장한 셈이다. 수주의 질도 개선됐다. 다임러,폭스바겐,크라이슬러,BMW,GM 등 일본 자동차 업체를 제외한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와 두루 거래를 텄다.

수주 내용도 알차기 그지 없다. 지난달 크라이슬러와 계약한 섀시모듈은 인체에 비유하면 척추 등 뼈대와 같은 것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발주할 때 가장 엄격한 잣대를 대는 부품이다. 이탈리아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지분을 인수한 뒤 맺은 첫 번째 계약이라는 점에서 현대모비스는 유럽에 모듈 단위 수출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BMW에 납품하는 LED(유기발광다이오드) 램프 역시 기존 할로겐 램프를 대체할 주목받고 있는 부품 분야다. 현대모비스는 LED램프 독자 개발을 위해 삼성LED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규모나 내용 모두 글로벌 부품업체다운 실적이다.

친환경,지능형 부품 강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왜 현대모비스에 주목하는 것일까. 회사 측은 R&D(연구개발)의 성과를 우선 꼽는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기존 기계시스템 부문에 첨단 전자기술을 효과적으로 융합해 차선유지,자동주차,충돌회피 등 미래 지능형 자동차를 구현할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점이 글로벌 완성체 업계를 움직였다는 평가다. 지난 6월 현대오토넷 인수 후 전장 부품에 강점을 갖게 된 데다 현대 · 기아차와 함께 친환경 자동차 부품 개발에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현대오토넷의 전장기술을 기계시스템 분야와 접목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LG화학과 2차 전지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적극 활용한 것도 한 요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델파이,비스티온 등 미국 양대 자동차 부품업체가 작년 말 금융위기로 무너지면서 미국 시장이 열렸다"며 "유럽 업체들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산 부품은 쓰지 않기 때문에 현대모비스 등 한국산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그룹만 해도 이날 구매사절단을 이끌고 이례적으로 방한하기도 했다. 글로벌 비용절감 전략에 따라 부품 아웃소싱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래저래 현대모비스의 몸값이 높아지게 됐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