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이게 뭡니까. 여기 좀 보세요. 손님이 한명도 없습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상가에서 10년째 수입옷 가게를 운영해온 김씨는 "도로 공사 때문에 손님이 절반이나 줄어 한 달간 매출이 급감했다"며 언성을 높였다. 실제 27일 오후 로데오거리는 예전 같으면 손님들로 북적였을 시간이지만 한산했다. 강남구청은 서울 강남의 중심 상권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로데오 거리를 '압구정 로데오길,젊음의 도로'로 조성하는 공사를 한 달째 진행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보니 아스팔트 도로는 파헤쳐지고,보도 블록 역시 교체를 위해 뒤집히면서 차량 자체가 여기저기 통제돼 있었다. 인도와 차도 공사를 한꺼번에 진행하다보니 폭 12m 로데오 거리 전체가 말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이런 걸 모르고 로데오 거리를 찾은 사람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오랜만에 쇼핑을 나왔다는 이모씨(32)는 "도대체 멀쩡한 길을 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건지 모르겠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항상 사람들로 넘쳐났던 커피숍은 이날 텅 비었다. 공사 현장 옆에 1m 정도의 좁은 거리로 힘겹게 다니는 사람들만 눈에 띌 뿐이었다.

로데오거리 상인들은 강남구청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공사를 쓸데없이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멀쩡한 도로를 공사해 영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강남구청 관계자는 "이번 공사는 '압구정 로데오길,젊음의 거리' 조성 공사의 하나로 주민공청회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이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바뀌고 가로수가 심어지면 결국 상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주민공청회는 들어본 적도 없는 데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비단 압구정 로데오거리뿐만이 아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이맘 때만 되면 남는 예산을 소진해야 하는 각 구청들이 쓸데없이 보도블록을 뒤집으면서 낭비하는 건 흔한 광경이다.

강남구청은 최근 도곡1동에 무려 855억원짜리 주민센터를 짓는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로데오거리 공사에 드는 비용도 40억원에 가깝다. 주민 혈세를 쓰면서 현장 주변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도를 고민했었는지 강남구청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