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영업망을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지점으로 분리했던 시중은행들이 최근 이를 다시 합치는 영업체계 개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 금융기법 도입으로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따라 2000년대 들어 개인과 기업으로 업무영역을 나눴으나 국내 금융환경에서는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30개의 개인금융 지점과 기업금융 지점의 업무영역 구분을 없애고복합 점포로 바꾼 데 이어 내년에도 20여개 복합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고객 세분화와 기업 고객에 대한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0년부터 모든 지점을 개인영업점 기업금융점 PB(프라이빗뱅킹)센터로 나눴다.


하지만 영업 기능을 구분해 운영하는 것이 한국적 영업상황과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지난해 강원도 강릉,충북 충주,전남 여수의 개인고객 지점과 기업고객 지점의 기능을 합쳐 복합 점포로 시범 운영했다.

김태성 채널기획부 부장은 "초기에는 개인금융 지점과 기업금융 지점을 획일적으로 분리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고객 불편도 늘어난 측면이 있었다"며 "복합 점포로 운영하고 난 뒤 거래 고객이 늘어나고 퇴직연금과 카드 유치도 증가하는 등 통합하기 이전보다 실적이 20~30%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이에 따라 지난해 5개의 복합 점포를 설치했고 올해 들어서도 25개의 개인 영업점과 기업 영업점을 복합 점포로 개편했다. 앞으로도 지역 특성과 고객의 필요를 감안해 고객군 구분 없이 가까운 영업점을 이용할 수 있는 복합 점포를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씨티은행도 다음 달 172개의 개인금융 지점과 56개의 기업금융 지점의 업무영역 구분을 없애기로 했다. 씨티은행은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국내에서 줄곧 영업점을 분리,운영해왔으나 기업 상품과 개인 상품이 활발히 교차 판매되는 한국적 영업상황에서 기존 영업방식이 부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영업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고객을 개인 · 중소기업 · 기업 · 기관으로 분류하고 기업고객본부에 소속된 13개 기업영업본부가 기업고객을 전담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영업망을 개인고객 지점과 기업고객 지점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의 경우 가계영업 점포는 개인영업 BU(Business Unit)가,기업영업 점포는 기업금융 BU가 관할하는 매트릭스 체제로 영업하고 있다.

강동균/김인식/유승호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