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연결 기준으로 실적을 계산하기 시작한 200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익의 내용도 알차다.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정보통신(휴대폰)-디지털미디어(TV) 등 4대 주력 사업에서 고른 이익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휴대폰과 TV가 전체 실적을 떠받쳐 온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사각형 사업구조를 완성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LCD의 부활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 추정치는 전분기 32조5100억원을 뛰어넘은 36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 추정치도 4조1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추정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폭은 각각 35조~37조원,3조9000억~4조3000억원이다. 오는 30일 발표할 예정인 실제 영업이익이 추정치를 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 배경으로 반도체와 LCD 사업의 부활을 꼽고 있다. 두 부문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 안팎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기준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06년 4분기(1조6610억원)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전분기에는 가까스로 흑자를 봤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24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1분기 6700억원의 적자를 냈던 반도체 사업부가 2분기 만에 조 단위 흑자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차세대 제품 조기 육성'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주력 D램 제품을 DDR2에서 정보처리 속도와 성능이 40~50%가량 좋은 DDR3로 바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 7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지면서 PC업체들이 성능이 좋은 DDR3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도 점진적으로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달러 이하로 떨어졌던 D램 값이 지난 4월 이후 지속적으로 오른 것도 큰 힘이 됐다. LCD 사업부는 '중국 끌어안기'에 주력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콘카 스카이워스 등 4개 주요 현지 업체와 패널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올초 6만6000대에 머물렀던 TV용 LCD 패널 중국 판매량은 지난 7월 65만4000대까지 늘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업체들이 LCD 투자를 줄이면서 발생한 LCD 패널 공급 부족 상황도 삼성전자에 도움이 됐다. 8월 기준 삼성전자의 10인치 이상 대형 LCD 시장 점유율은 27.2%로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00-10 가능할까

전통적인 '효자 사업'인 휴대폰과 TV도 제 역할을 다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SA는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세계 시장에서 589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시장 점유율을 전분기 19.2%에서 20.3%까지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을 단 '아몰레드' 제품 라인업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TV 사업도 순항 중이다. 전략 제품인 LED(발광다이오드) TV를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7,8월 삼성전자는 북미시장에서 수량 기준으로 각각 24.7%,24.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각각 13.6%,9.6%의 점유율을 보인 2위 소니와의 격차를 더욱 확대했다.

4분기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실적은 매출 130조원,영업이익 10조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매출 세 자리,영업이익 두 자리의 조단위 실적 동반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4년(11조7500억원 · 본사 기준)이 유일하다. 100조원 매출 기록은 지난해 깨졌다. 삼성전자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18조원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 97조1800억원,영업이익 7조900억원"이라며 "4분기에 3분기 실적의 80% 정도인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 · 달러 환율 하락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는 반도체 가격이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