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해졌다. 장판이 까맣게 탈 정도로 설설 끓는 아랫목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한옥에서의 하룻밤은 어떨까. 두툼한 솜이불을 덮고 아랫목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눠보자.찐 감자나 고구마,삶은 계란이나 옥수수가 있다면 금상첨화.정이 넘치는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타임머신이 바로 거기에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한옥체험 명소를 추천했다.

# 명재고택(충남 논산)

조선 숙종 때의 학자인 윤증 선생(1629~1711)의 고택이다. 안채는 'ㄷ'자형으로 돼 있다. 집 앞에 넓은 바깥마당이 있고 그 앞에 연못을 파 정원을 꾸몄다. 안채 뒤쪽에는 완만한 경사지를 이용해 뒤뜰을 가꾸었다. 안채 가운데 3칸은 대청으로 이루어져 있어 고풍스럽다.

상류층 양반가에서 볼 수 있는 연못은 명재고택을 더욱 운치있게 만든다. 안채의 대청에 올라 천장을 바라보면 서까래를 비롯해 기둥,대들보,중도리 등의 한옥에서 볼 수 있는 구조물이 한눈에 들어와 한옥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명재고택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된장으로 유명하다. 사랑채 옆 마당에 장독이 줄지어 있다. 이 집의 된장과 간장을 담그는 씨장은 안채 뒤쪽에 별도로 보관돼 있다. 안채 앞쪽에는 외부인들의 숙박을 위한 별채가 하나 더 있다. 고택 체험은 주로 사랑채와 이곳 별채에서 이루어진다. 객실은 4실.6만~30만원.(041)735-1215

# 송소고택(경북 청송)

조선 영조 때의 만석꾼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의 집이다. 예부터 덕천 심부자댁이라면 사방 100리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고 했는데,바로 그 집이 송소고택이다. 고택은 7칸짜리 솟을대문을 만들 정도로 웅장하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단풍나무와 소나무,그리고 각종 화초를 심은 화단이 마당 가운데 꾸며져 있다. 큰 사랑채는 정면 5칸,측면 2칸의 화려한 건물로 주인이 거처하는 곳.오른쪽에 작은 사랑이 있고 그 뒤로 안채가 있다. 건물에 독립된 마당을 따로 두어 조선시대 상류층의 전형적인 주거 형태를 보여준다.

별당은 2채인데 하나는 대문채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면 4칸,측면 2칸의 아담한 별당이다. 여행객을 위해 한지로 벽을 깨끗하게 보수했다. 대청마루에 올라 정자문살의 방문을 열면 사모기둥 너머 고택의 아름다운 곡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객실은 11실.4만~18만원.(054)873-0234

# 수애당(경북 안동)

댐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전주 류씨 수곡파의 종갓집인 무실종택과 나란히 서 있다. 수애 류진걸 선생이 1939년에 지었다. 숙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솟을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3채 29칸의 한옥이 보인다. 정침(주로 일을 보는 곳으로 쓰는 몸채의 방)은 팔작지붕으로 정면 7칸,측면 2칸이고,고방채(곳간채)는 합각지붕으로 정면 10칸의 'ㄱ'자 평면구조다. 춘양목으로 지어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문살의 문양이 일반 가옥에 비해 특이하며,전체적으로 조선 말기 건축기술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원래 수곡동에 있었는데 임하댐 건설로 1987년 현재의 위치로 이동했다. 부엌과 화장실,세면장을 외부 형태 변경 없이 개조했다. 방과 대청마루를 황토와 천연 도료로 마감한 것도 좋다. 9개의 황토방과 온돌방이 있다. 4만~11만원.(054)822-6661

# 선교장(강원 강릉)

옛날 바다 옆에 큰 호수가 있었다. 이 호수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커다란 정자가 하나 서 있었고 정자 서쪽 양지바른 곳에 99칸의 큰 집이 있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드나들었다고 한다. 호수는 경포호,정자는 경포대,그리고 99칸의 양반가가 바로 '배다리'란 이름의 선교장이다. 현재 선교장은 큰 사랑채인 열화당과 작은 사랑채,행랑채,연지당,동별당,안채,안사랑채,활래정,서별당,체험관 등을 포함해 10여동,130여칸 규모다.

선교장은 남자와 손님,그리고 여자와 가족이 출입하는 대문이 따로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ㄱ' 자로 꺾인 작은 복도를 지나 중사랑 앞마당에 선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동별당이고 동별당에서 중사랑을 거쳐 왼쪽으로 나가면 선교장의 중심인 열화당을 만난다. 열화당은 사랑채이며 응접실이다. 가장 학식이 높고 귀한 이들만 열화당을 드나들 수 있었다고 한다. 고택 체험은 초가로 된 전통문화관과 자미재,홍예헌 1,2관을 이용한다. 때에 따라서는 열화당 앞마당에 길게 늘어선 행랑채와 중사랑,연지당 문도 연다. 4~6인용 초가는 15만원.(033)646-3270

# 선병국고가(충북 보은)

1904년부터 17년에 걸쳐 지은 집이다. 안채,사랑채,사당과 대문채,행랑채 등의 부속 건물도 갖추고 있는 전형적인 한옥이다. 3칸짜리 솟을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마당이 나온다. 마당 끝에 안채로 들어서는 중간 문이 설치돼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잘 다듬은 자연석으로 만든 기단 위에 정면 11칸의 한옥이 자리해 있다.

건물 외벽을 따라 쪽마루가 설치돼 있다. 가운데 넓은 대청을 중심으로 양 옆에 큰 사랑방이 있고 골방과 약방이 줄지어 있다. 막돌과 황토로 만든 담이 한옥 지붕 선과 잘 어울린다. 집을 빙둘러 울창한 송림이 조성돼 있다. 이 송림 속에 선씨 집안의 열녀비가 서 있다. 5만~12만원.

(043)543-7177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