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달러로 인해 미국 주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집값도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때 미국에 집 한 채 사두려는 투자자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미국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투자는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외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루티즈코리아의 이승익 대표는 "해외 부동산 투자는 환율과 부동산 가격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이들 두 변수 모두 바닥인 상태에서 물건을 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진 현재를 중기 바닥권으로 볼 때 지금 사두는 것도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의 주택시장 지표도 상당히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와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 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주택 판매량은 567만채로 4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3.3%,전월 대비로는 7.3%나 늘어난 수치다. 신규 주택 착공건수도 지난 4월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 가격도 올해 1분기에 바닥을 친 것으로 NAR 측은 분석했다. NAR의 주택경기 전망에 따르면 기존 주택의 가격지수는 올해 1분기 16만8000달러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2분기 17만4000달러로 반등했다. 이어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17만6000달러,17만7000달러 등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NAR는 전망했다.

다만 10%에 육박하는 높은 실업률과 이에 따른 모기지 연체율,주택 압류율 증가 등 가격 하락 압력도 상존해 주택 시장이 여전히 불안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준성 IRI코리아 대표는 "미국 내 주택 압류율이 지난 여름보다 5%포인트나 증가했다"며 "압류주택이 늘어나면 대출을 회수하려는 은행들이 그만큼 이들 주택을 대거 처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지역 내 단독주택의 경우 가격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던 데다 압류된 건수도 극히 드물어 이들 주택은 지금 사두면 괜찮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과 달리 더욱 깊은 침체로 빠져들고 있어 실제 투자는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은 제조업 등 실물경기가 살아나야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좀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2004~2005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꼭짓점이던 당시 투자와 함께 받았던 대출금이 올해부터 상환 시기가 돌아온다"며 "이에 따라 올 연말부터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